‘사물인터넷(IoT)’이란 단어는 1990년대 후반 등장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지만 가정 등 일부에 국한된다.
IoT는 모든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하고 센서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원격에서 정보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자동화가 가능해 삶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평가받는다.
냉정하게 살펴보자. 아직 초기임을 감안해도 현재 나온 서비스는 ‘저게 왜 필요할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굳이 없더라도 삶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뜬구름 잡는 용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사방댐 원격관리 시스템’은 IoT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사람 접근이 힘든 산간오지 사방담을 원격에서 모니터링하고 수문 개폐로 수위를 조절한다. 홍수나 산사태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는 동인은 두 가지다. 아이폰 같은 획기적 제품이 삶의 형태를 변화시킬 때 그리고 삶에 꼭 필요해 요구하는 사람이 많을 때다. 유비쿼터스, 사물지능통신(M2M) 등으로 이미 선보였던 IoT는 전자가 아닌 후자를 택해야 한다. 이미 존재해온 터라 파괴적 기술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위한 단순한 기술개발은 무의미하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기술은 발전할 수 없다. 전자태그(RFID)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각광받던 기술 발전이 더딘 이유와 같다. 겉으로만 그럴듯한 게 아니라 삶에 꼭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수도나 가스검침원은 전국 다세대주택 골목골목을 직접 다니며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성추행을 비롯한 강력범죄도 발생한다. IoT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지 않은가.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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