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화성에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
美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같은 내용은 28일자 네이처 사이언스 지에도 발표됐다.
이는 화성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장차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해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더 높여주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사는 40억년 전 화성표면에 엄청난 물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화성 지표면 아래 엄청난 거대한 규모의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하지만 지금도 화성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를 밝혀낸 것은 처음이다.
■따뜻해지면 흐르는 소금물 개울...생명체 발견 가능성 주목
나사는 화성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나사의 화성정찰궤도탐사선(MRO) 촬영 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화성에서 흐르는 물은 화성의 온도변화에 따라 간헐적으로 흘렀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마리는 과학자들이 MRO의 고해상도사진을 통해 화성의 검은 띠들이 발견되는 경사면에서 물기를 머금은 광물성(소금) 특징변화를 알아내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 검은 띠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온이 따뜻해져 기온이 영하 23도(°C) 이상일 때는 검게 돼 화성의 가파른 계곡 아래로 흐르다가 날씨가 이보다 더 추워지면 사라졌다.
존 그룬펠드 나사 부국장은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한 여정 속의 화성탐사는 물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의심했던 것을 확인시켜 주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소금물이긴 하지만 오늘 날 화성 표면에 물이 흐르는 것을 확인한 점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경사면 아래로 흐르는 물 흐름은 ‘반복되는 경사면 띠(Rrecurring Slope Lineae·RSL)’로 불리는데 그동안 액체로 된 물의 흐름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화성 경사면에서 발견된 물기를 머금은 소금은 이것이 검은 띠와 관련성이 있음을 말해 준다.
물기를 머금은 소금은 소금물의 어는 온도를 낮춰 주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구상에서 겨울철에 도로의 눈을 급속히 녹일 때 소금을 뿌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지아공대생, MRO사진에서 검은띠 변화사실 알아내
과학자들은 검은띠의 생성원인에 대해 `화성의 얕은 지표면으로 물이 흐르는 것으로 보이며 충분한 물이 표면으로 흐르자 검은 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을 처음 밝혀낸 루이엔드라 오이하 조지아공대 대학원생은 “우리는 계절적인 특징이 극대화됐을 때만 물기를 머금은 소금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어떤 경우든 간에 이 경사면에서 물기를 머금은 소금이 발견된 것은 물이 검은 띠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오이하는 애리조나대 학생이었던 지난 2010년 MRO의 고해상도 하이라이즈(HiRise)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사용해 이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하이라이즈사진은 화성의 여러군데에서 촬영한 반복되는 경사면선(RSL)을 기록하고 있었다. 새로운 연구는 MRO의 화성스펙트럼이미지 카메라로 제작한 광물 지도, 그리고 하이라이즈 사진 관찰을 통해 이뤄졌다.
스펙트럼 관측 결과 여러 군데의 RSL에서 소금물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검은 띠 특징이 상대적으로 넓게 나타날 때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들이 같은 지역을 관찰한 결과 검은 띠가 넓지 않았을 때에는 소금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이하와 동료들은 스펙트럼 특징이 나타난 것이 과염소산염으로 불리는 수화 광물질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물기를 머금은 소금은 마그네슘 과염소산염과 소듐 과염소산염이 혼합된 특징을 보인다. 일부 과염소산염은 액체를 영하70도(°C)에서도 얼지 않게 해 준다.
지구상에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과염소산염은 사막에 집중돼 있다. 어떤 과염소산염은 로켓 추진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화성 경사면의 검은 띠에서 발견된 과염소산염
과염소산염은 이전에도 화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나사의 피닉스 착륙선과 큐리오시티 탐사로봇은 화성의 토양에서 이를 발견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1976년 바이킹 화성 탐사미션에서도 이같은 소금 특징을 측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좀 달랐다.
과학자들은 물기를 띤 형태의 과염소산염을 화성의 다양한 여러지역의 RSL에서 발견했다.
이는 화성 궤도상의 MRO사진을 통해 과염소산염의 존재를 처음으로 발견해 낸 사례였다. MRO는 지난 2006년부터 6대의 계측기를 싣고 화성을 조사해 오고 있다.
리치 주렉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소속 MRO프로젝트 과학자는 “다양한 정밀 계측기를 탑재하고 수년간 화성의 특징을 관찰해 온 MRO의 능력이 이같은 발견을 가능케 했다. 무엇보다도 계절적 변화에 따른 신비한 띠의 변화를 확인했고 이제 이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 논문발표 제 1저자인 오이하는 5년 전 애리조나대 학생 시절에 처음으로 화성 경사면의 신비한 띠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결국 오늘 날 화성에 물이 흐르고 있는 증거를 드러내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오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화성의 물에 대해 말했을 때 이들은 고대 화성의 물, 또는 얼어붙어있는 화성의 물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스펙트럼 사진은 RSL에 액체형태의 물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뒷받침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메이어 나사 화성탐사프로그램 담당 수석과학자는 “여러 우주탐사선이 수년간에 걸쳐 이 화성의 신비를 풀어냈다. 이제 우리는 이 추운 사막 행성의 표면에 액체 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화성에 대해 더 연구해 보면 생명이 살 수 있을지, 장차 생명 거주시 이를 지원할 자원이 있을지 등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