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작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5개월째 큰 폭으로 감소해 자동차 업체가 고민에 빠졌다. 하이브리드카를 선도하는 토요타는 20년 이상 장기 투자한 비용 회수가 지연되면서 대규모 투자 손실 위험에 직면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늦게 진입한 현대·기아차 등 다른 업체도 투자 손실 규모만 다를뿐 처한 입장은 비슷하다.
하이브리드카 판매 부진은 복합적 요인이 원인이다. 유가 하락 속에 고연비 엔진을 탑재한 신차 출시가 증가해 하이브리드카 연료비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하락했다. 게다가 연료비 절감 효과가 훨씬 더 크고 CO₂ 배출량도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연료전지차 출시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하이브리드카 연료비 절감액이 프리미엄 가격에 비해 매우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기술 비용 일부를 프리미엄 가격에 반영하는 유인책으로 연비 향상 효과가 큰 고가의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이 확대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 보급 비중이 향후 10년간 급속히 상승할 것이라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핵심 논거는 원가를 대폭 절감하는 하이브리드 기술들이 발전해 프리미엄 가격과 연료비 절감액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 원가는 현재 2400달러에서 2025년 1300달러,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원가는 현재 1200달러에서 2025년 750달러로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이 예측의 정확성 여부와 별개로 주목할 대목은 하이브리드 기술 비용 감축 유망 기술이다. 하나는 고출력 배터리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현대·기아차와 닛산, 폭스바겐, BMW 등이 토요타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서 개발한 ‘1모터 2클러치’ 방식 하이브리드 설계 기술이다. 나머지 하나는 현재도 비용은 풀 하이브리드 기술의 절반 이하면서 연료비 절감 성능은 3분의 1 내지 2분의 1 수준인 각종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다.
이 기술이 앞으로 확대 적용되면 하이브리드카 가격은 크게 하락해 판매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토요타가 곧 출시할 4세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시스템 외 다른 부품 공용화에 박차를 가한 이유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하이브리드카 원가 감축 유망 기술 개발 속도를 가속할 필요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조만간 고속 성장할 시장을 놓치고 향후에도 계속 발전할 전기동력 분야 기술 경쟁력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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