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자정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10년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처음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한 이후 2014년까지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높게 평가하고 자국 전자정부 구축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우리는 전자정부 해외진출을 경제발전을 위한 차세대 신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는 지난 3년간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중남미 파라과이에 이르기까지 10여개 국가를 방문하면서 우리나라 전자정부 우수성을 알리고 수출지원 사업에 참여해 왔다. 최근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협력 대상 국가 대다수가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시 한국에서 전자정부 사업경험이 있는 대기업 참여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에서 정한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정은 수출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정부는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지난 2013년 1월부터 공공정보화 사업에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법 개정 시 많은 기업, 협회, 학회가 국내 사업 참여 제한에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그 결과 전자정부 수출 장애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참여 제한 취지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하도급 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공공사업 참여제한으로 해외 전자정부 사업진출 기회마저 무산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 국가는 한국 전자정부에 기대 수준이 높고 해당 사업에 참여했던 한국 기업 기술수준을 높이 평가한다. 국내 전자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차세대 전자정부 고도화 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둘째, 전자정부 해외 진출은 우리 정부와 협력이 필수인데 해당 분야 국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정부부처와 협력해 해외사업을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해외 국가는 사업 참여 필수요건으로 최근 3~5년 사이 유사사업 수행실적을 요구한다. 그러나 대기업 참여제한에 따라 최근 2~3년 공공사업 수행실적이 없으니 해외 전자정부 사업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re-Qualification) 통과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8월 초 한국경영정보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생산성은 크게 낮아졌다. 당초 중소 SW업체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SW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하도급 구조는 법 개정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공공부문 사업 중단으로 구조조정된 우수 인력은 제대로 시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비정규직 생활을 전전하다가 SW 업계를 떠나고 있다.
최근 한 야당 의원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국가기관 SW사업 참여를 제한하자는 내용의 SW산업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처럼 제한 대상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넓힌다면 다수 SW 좀비 기업만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고시’를 발표했다. 내용은 대형 해외 SW사업 국내 대기업 진출 지원을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중 무상협력사업에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인정과 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세계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시장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으로 인해 IBM, HP, 구글 및 아마존 등 국제적인 거대 공룡기업과 한판 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업참여 실적이 없는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는 없다. SW산업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은 법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제도보완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빨리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해 대기업 참여 제한을 해제하고 국내 SW산업 생태계를 복원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정충식 경성대 행정학 교수 cschung@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