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佛 `르노 테크노센터` 가보니…디지털 기술로 개발 기간 대폭 단축

프랑스 파리 남서쪽에 위치한 `르노 테크노센터` 전경
프랑스 파리 남서쪽에 위치한 `르노 테크노센터` 전경

#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이블린에는 프랑스 대표 자동차 업체 르노그룹 연구개발 거점이 자리잡고 있다. 1998년 브랜드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오픈한 ‘르노 테크노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르노 테크노센터는 소프트웨어(SW)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개발 체계를 혁신하는 중이다. 1만1000여명의 개발자 및 임직원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각지에서 온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이 곳을 찾아 르노그룹 ‘디지털’ 경쟁력 원천을 살펴봤다.

르노 테크노센터는 기존에 50개에 달하던 신차 개발 거점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설립됐다. 1980년대말 당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개발에 대략 60개월이 걸렸다. 이에 비해 일본 토요타는 신차 개발 기간을 45개월로 단축해 신속성과 유연성 격차를 확대하고 있었다. 이에 위기를 느낀 르노는 연구개발 거점을 통합하는데 나섰다. 르노 테크노센터는 1990년 공사를 시작했을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단일 공사였을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150헥타르에 달하는 대지 절반은 조경 지역으로 구성됐고, 건물 면적은 42만5000㎡에 달한다. 2010년에는 영업 및 마케팅 조직까지 통합되면서 르노의 명실상부한 심장으로 거듭났다.

르노 테크노센터의 강점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신차 연구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신차 사전 조사부터 양산을 위한 최종 모형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에 IT 기술을 접목했다. 6000개에 달하는 컴퓨터엔지니어링(CAE) 스테이션과 4만 기가플롭스에 달하는 컴퓨팅 파워, 4개 풀-스케일 가상 이미지 월을 갖췄다.

르노 엔지니어들이 대형 4K 디스플레이에 구현된 디지털 목-업 시스템을 활용해 개선점을 찾고 있다.
르노 엔지니어들이 대형 4K 디스플레이에 구현된 디지털 목-업 시스템을 활용해 개선점을 찾고 있다.

이 곳에서 직접 살펴본 디지털 목-업(Mock-Up) 시스템은 디지털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큰 혁신을 가능케 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디지털 목-업은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및 엔지니어링 시스템으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은 물론 마케팅에까지 활용된다.

디지털 목-업 스튜디오 전면에는 84인치 4K 디스플레이 설치돼 실차 크기서부터 몇 ㎜ 수준에 불과한 확대 화면까지 실제와 다름없는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 컴퓨터 모형이 아니라 차량에 비치는 그림자까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정도다. 이는 5500만개 이상으로 잘게 나눌 수 있는 도형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초기 설계 단계서부터 결함을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디지털 목-업 시스템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한국과 루마니아, 브라질 등 해외 개발 거점과도 연구개발 협업을 가능케 했다.

르노 테크노센터 엔지니어가 디지털 목-업 시스템을 이용해 탈리스만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
르노 테크노센터 엔지니어가 디지털 목-업 시스템을 이용해 탈리스만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

자크 미노 디지털 목-업 프로젝트 매니저는 “디지털 목-업을 활용하면서 신차 개발 단계서 개선점을 찾아내는 비율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10년 전과 비교해 6배 정도 개선됐다”며 “예전엔 3주 이상 걸리던 개선 작업이 단 하루만에 해결되는 등 전체 개발기간을 10주 이상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2008년 당시 실차 모형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0만 유로에 달했지만, 디지털 목-업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1만 유로 수준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셀린 알바브라 르노 홍보담당은 “테크노센터 설립 이전 신차 개발에 평균 60개월가량 걸렸지만 지금은 30개월이면 신차가 나올 수 있다”며 “테크노센터는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구매, 품질, 생산공정 등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