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프리즘]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설상가상이다. 추석연휴 미국과 중국 정상이 워싱턴에서 만났지만 세계 경제에 희망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올해 기준금리를 반드시 올리겠다고 확언했다. 중국은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에 이어 순이익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불안감을 키워가고 있다. 협력보다 경쟁이 익숙한 미·중 주도의 G2체제는 금융시장이라고 예외가 아닌 듯하다.

4분기 시작인 10월이다. 완연한 가을 기운에 한 해 수확을 확인하는 시기다. 하지만 자본시장 참여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이후 증시는 뒷걸음질 중이다. 상반기 시중 부동자금이 일제히 증시로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팔고 개인은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 증권사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와 맞먹었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돼버리고 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마저 한산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당분간 주식 대신 현금을 보유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추천종목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이 연휴에 만난 가족 친지에게 추천할 종목으로 배당주가 첫손에 꼽혔다고 한다. 곧바로 다가올 배당 시즌을 대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배당 외에는 자신 있게 추천할 자산이 없다는 뜻도 된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를 추천하겠다는 직원은 절반도 안 됐고 바이오 등 성장주도 더는 추천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증시 격언 가운데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이 있다. 현실이 깊은 골짜기라면 내려갈 일보다 오를 일만 남았다.

10월 중순부터 3분기 기업실적이 공개된다. 환율 덕에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는 예상이다. 전통적으로 강한 실적이 일어나는 4분기 시작을 앞두고 설상가상 시장에 한 줄기 빛이 쏟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