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시중은행과 보안업체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은행에서 자사 기술을 베껴서 상품화를 했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 간 기술 탈취 갈등도 쌍방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얼굴 붉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핀테크 노이로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핀테크는 엄밀히 말하면 금융 플랫폼이다. 여기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융합하거나 버무려 기존 서비스를 대체, 능가하는 그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 대형 은행, 통신사 등 다양한 주체가 핀테크 사업 중흥에 앞장서며 ‘창조경제의 새로운 카드’로 핀테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핀테크가 무엇인지, 왜 이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참여사가 많아질수록 기술 탈취와 특허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핀테크 시장 참여기업은 겉으로는 합종연횡하면서 파트너라고 손을 맞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돈 되는 서비스를 먼저 선점하고 보자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있다.
간편결제와 송금서비스 일색인 한국 핀테크 서비스 면면을 보더라도 국내 핀테크 사업이 얼마나 깊이가 얕은지 알 수 있다.
핀테크 사업이 버블이 아니라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영국과 미국처럼 현지 성공 모델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 탈취 논란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과 유관 특허 보호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뱅킹을 선보였던 국내 은행들은 해외 거대 특허 괴물에게 표적이 된 바 있다. 핀테크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토종 핀테크 사업이 개화하기도 전에 해외 거대 기업과 특허괴물에게 잡아먹힐 수 있는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기업조차 핀테크 IP권리 행사와 관리 체제가 전무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핀테크 IP관리를 위한 별도 정책 수립과 이를 전담할 통합 협회 등을 조속히 구축하기를 제안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