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현대 소비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필수재가 됐다. 가깝게는 트렌드를 창출하고, 멀리는 한 시대 문화를 형성하는 매개체다. 소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방송을 소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대인은 방송으로 유행을 배우기도 하고 선도하기도 하며 사회 일원으로서 지녀야 할 가치나 습성을 교육 받기도 한다. 방송을 소비하는 행위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문화적 행위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방송을 소비하는 소비자를 시청자라는 개별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산, 유통, 소비라는 일반적 상품 순환과 달리 방송 콘텐츠 유통구조는 시청자가 쉽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통상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최종 소비자가 가격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과정에서 추가되는 생산자나 유통사업자의 단계별 이익추구 행위에 따라 최종 가격이 증가한다.
방송은 지상파 방송을 시청자가 직접 수신하는 경우 매우 간단한 유통구조를 형성한다. 공영방송에 수신료 2500원을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으로 재송신하면 유통구조가 매우 복잡해지고 이에 따른 시청자 피해도 우려된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은 지난해 기준 6.7%로 매우 낮다. 지상파 재송신은 국내에 여전히 난시청 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청자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지상파 재송신 관련 논란을 보면 시청자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난 2012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을 겪었다. 모바일IPTV로는 지난 6월부터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 재송신료 인상 요구에 따르게 되면 유료방송 사용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콘텐츠로 거둬들이는 방송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분배하는 수익을 줄이거나 가입자 월 요금을 높여 수익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일반PP와 지상파 방송사에 적용하는 콘텐츠 거래 대가 산정 기준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일반 PP는 사업자 간 요율을 정부가 검토하고 공표해 일정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지상파 재송신료는 사업자 간 계약에 따라 가입자 수에 따른 금액을 산정한다. 동일한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사업자에 적용하는 기준과 해석이 달라 콘텐츠 시장 양극화와 시청자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생산자, 소비자, 정부가 시장 구성요소라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와 시장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생산자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합리적이며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거래 기준은 필수조건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시청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최근 정부가 재송신료 갈등 실마리를 풀기 위해 분쟁 중재자로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중재 내내 재송신 분쟁으로 직접적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료방송과 지상파가 합리적으로 재송신료를 협상할 수 있는 규칙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october@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