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를 품은 대전은 전국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과학도시’다.
그러나 정작 대전시민에게 대덕연구단지는 여전히 낯선 동네다. 연구단지가 대전에 조성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대전시와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던 때문이다.
연구단지 핵심 축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지난 40여년간 줄곧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왔다. 당연히 정부부처와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대전시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어졌다.
대전시가 연구단지를 지역사회로 품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대덕연구단지와 교류를 시도하고 노크했으나 녹록지 않았다.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도 그 중 하나다. 2000년부터 대전시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지만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과학도시 위상을 보여줄 행사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 벤처기업 등 주요 주체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상징성 없이 매년 이맘때면 열리는 수많은 행사 중 하나로 치부돼 왔다.
세계과학정상회의 기간 내 연계행사로 열리는 때문인지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행사 직후 권선택 대전시장 주재로 최근까지 행사 자문위원회가 세 차례나 열린 것만 봐도 그렇다. 정부출연연 주요 기관장을 비롯해 벤처업계, 학계, 시민단체, 원도심 상인연합회 관계자 등 다양한 주체를 회의장으로 끌어들였다.
1차 회의 때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던 자문위원 20여명도 최근 열린 3차 회의에서는 대전시가 마련한 축제 계획안을 보고 “준비가 잘 됐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계획안대로만 된다면 국내 최고 과학 축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오는 17일 행사의 막이 오른다. 연구단지와 대전시를 가로막고 있는 장막을 걷어내고 함께 어울리고 화합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지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