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전력공기업의 중소기업 대상 ‘갑질’ 논란이다. 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자신의 아들을 협력사에 불법 취업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유학 중인 학생 신분인 아들이 실제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장비 공급업체로부터 일정 기간 월급을 받아 온 혐의다. 경찰은 해당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기업 고위인사는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가 담긴 가족상 부고를 업무적으로 관계된 사업 참여 기업 다수에 뿌렸다. 최근 만난 한 협력사 대표는 “식사자리 한번 갖기 힘들었던 고위 관계자가 부고로 계좌번호를 알려온 것에 당혹했다”고 토로했다. 앞에서는 거래 기업과 유착 등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식사자리나 외부 미팅까지 꺼리면서 정작 뒤로는 ‘인정(人情)’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은밀하게 이뤄지는 취업 청탁이나 금품 거래는 정상적인 사업을 비정상적으로 썩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일방적 요구는 없다. 특혜나 사업권·공급권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온전한 능력을 갖고 사업을 따내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함량 미달 기술이나 제품이 공급되면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요즘처럼 전력산업이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신산업 등으로 급변하는 상황일수록 새로운 사업이나 공급권 발주가 많이 나온다. 이때 엉뚱한 제품이나 기술이 섞여 들어가면 국가 전체 사업이 좀먹고 틀어질 수 있다.
전력공기업은 국민 세금으로 설립돼 국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전력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새로운 에너지 환경과 지구촌 온실가스감축 과제 등 국가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고 개척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구설이 해당 개인 비리나 탈법으로 끝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전력 관련 국책사업이 뒤틀리고 행여 해외에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 제품에 하자로 이어진다면 국가적 망신까지 낳을 수 있다. ‘비위 근절’ 의지를 다시 다잡을 때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