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83>바보야! 문제는 생산성이야!

[이강태의 IT경영 한수]<83>바보야! 문제는 생산성이야!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문제에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확연하게 다른 시각을 가지고 대립하고 있다. 그것은 대립하는 각 사안을 국가나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로만 국한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노동 개혁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사용자든 노동자든 자기들 유불리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노동시장에 모두가 만족하는 것이 아니면서도 노동 개혁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반대하다 보니 현실이 가장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토론과 양보와 합의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모든 계층을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들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니 노동 개혁에서도 각 계층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관점을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이나 잣대가 필요하다.

지금의 노동 개혁은 사용자와 노동자 간 계약 관계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백날 만나봤자 어느 쪽이 순순히 양보할 리 없다. 지금의 계약조건 변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음의 계약정신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입각해서 지금의 계약조건을 변경하면 된다.

그럼 왜 사용자와 노동자는 서로 계약을 했는가. 사용자는 노동자 노동에 보수를 주고, 노동자는 보수를 받으면서 노동을 사용자에게 판다. 우선 사용자는 자신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보수를 주고 노동을 사는 것이다. 결코 노동자 개인을 위해서 보수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노동자도 자신의 생계를 위해 보수를 받고 사용자에게 노동을 파는 것이지 사용자 개인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적으로는 사용자나 노동자가 다 한 가족이니,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이니, 같이 먹고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이란 서로 필요에 따라 제값을 주고 사고파는 것이다. 노동자를 생산 단위로만 인식하는 비인간적인 생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노동계약 정신은 그렇다는 얘기다. 이때 얼마가 적정한 값인지는 그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부가가치에 달려 있다. 돈 벌어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면 많이 주는 것이고 작은 도움이면 적게 주는 것이다.

부가가치는 생산량에서 투입량을 빼면 나온다.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생산성이 높아야 대우가 좋아지고 낮으면 대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에 웬 산업사회 생산성 얘기를 들고 나오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디지털 사회에서도 생산성은 매우 중요하다. 생산성은 우리가 뭘 하든 간에 우리 노동을 서로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최종 단위기 때문이다. 같은 환경에서 부가가치는 생산성에 따라 좌우된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생산성보다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창의성도 광의의 생산성에 포함시킬 수 있다.

노동 개혁을 사회전체적인 관점에서 풀려면 일단 사용자나 노동자나 자신의 부가가치를 자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사용자 부가가치가 경쟁자보다 낮으면 자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도 다른 경쟁자보다 자신의 부가가치가 낮으면 보수를 낮추거나 자기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봐야 한다. 이게 바로 임금 피크제와 쉬운 해고 배경이다.

지금은 뭘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단지 한 회사에서, 한 국가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다툼만은 아니다.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지면 아무 소용없다. 좀 더 글로벌한 관점을 가지고 노동 개혁을 봐야 한다. 노동 개혁이야말로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해야 한다. 정부, 노조그룹, 사용자그룹으로 대립하게 되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 글로벌한 마인드와 세밀한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에서 경쟁이란 결국에는 생산성 싸움이다. 생산성을 올려서 경쟁력을 올리고 그 경쟁력으로 파이를 키우고 그리고 파이를 적정하게 분배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자신의 생산성은 적당하게 얼버무리고 근무조건 변경에는 눈을 부릅뜨는 것은 균형 있는 시각이 아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부가가치와 회사에서의 대우가 균형을 이루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는 자신의 처우보다도 자신의 생산성을 올리는 데 회사가 이렇게 도와 달라고 먼저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에서도 보수나 복지를 안정적,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다. 그러면 서로가 오래가는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안 하면 사용자 노동자가 공멸하게 된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노동을 해야 먹고산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에 공짜가 없다. 세상 살다 보면 가끔 운 좋게 거저먹는 것이 있어 보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슬프게도 우리는 항상 뿌린 만큼만 거두게 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사회적 부가가치만큼 먹고 산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해법이 너무나 단순 명료하다.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든 계층이 자신의 사회적 부가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 부가가치에 따라 대우를 받는 절제된 자세를 가지면 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성을 냉철하게 논의하면 쓸데없이 핏대 세울 일이 없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