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안 스테판 IEEE 802.11 무선LAN워킹그룹 의장(인텔 차세대&표준그룹 수석 엔지니어) adrian.p.stephens@intel.com
IEEE 802.11 표준화 작업에 참여할 당시 나를 포함해 작업 참여자 대부분은 표준이 가져올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예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오늘날 세계 어느 곳에서나 널리 쓰이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필수기술로 급부상했다. 집, 사무실, 공항, 호텔, 커피숍, 기차, 비행기 등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와이파이(Wi-Fi)라 불리는 IEEE 802.11 표준 덕분에 가능했다.
IEEE 802.11은 노트북PC, 태블릿, 휴대폰에 보편적으로 쓰인다. 새로운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같은 새로운 무선통신 환경 출현은 다시 IEEE 802.11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엔지니어로서는 내가 참여해 만든 표준이 실생활에 쓰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일이다. 그런데 표준을 세계 모든 이가 사용하고 있고 생활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주고 있으니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선근거리통신망(WLAN) 정의 표준인 IEEE 802.11이 지난 25년간 이뤄낸 성과는 실로 대단했다.
1989년 말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무선통신과 네트워킹 인프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표준제정 필요성에 주목했다. IEEE P802.11 표준 개발 프로젝트는 1990년 9월에 처음 시작됐다. 콘셉트는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한 유선 이더넷 연결, IEEE 802.3 표준과 연동되는 근거리통신용 WLAN 표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IEEE P802.11은 1997년 6월에 빛을 보개 됐다.
초기에는 1Mbps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표준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25년이 지난 지금 IEEE 802.11 무선LAN워킹그룹은 IEEE 802.11 업그레이드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IEEE P802.11ax는 초기 속도에 비교해 1만배 이상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게 목표다.
지난 25년간 혁신을 거치며 IEEE 802.11은 실험실에서 나와 세계에 어느 시장에서나 통할 수 있는 보편기술로 발전했다. 과거 노트북PC에 비싼 무선랜 카드를 장착해야만 사용 가능했던 무선통신은 오늘날 저비용 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보편화됐다. 특히 한국은 IEEE 802.11 와이파이 가정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IEEE 802.11 효과다.
표준 개발, 정교화, 개선 프로세스는 IEEE 802.11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개방적이면서도 투명한 표준을 표방한다. 세계 누구나 워킹그룹 회의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초기 수정본이나 초기표준을 제외한 워킹그룹 모든 서류는 일반에 공개된다. 시장 지향적이고 투명한 표준 개발을 위한 오픈스탠드(OpenStand) 원칙을 가장 잘 실천한 사례다. IEEE 802.11이 지난 25년간 잘 다듬어져 완벽한 시장 지향적 표준이 된 것도 세계 산업 종사자의 헌신과 혁신 노력,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노트북PC 이용자가 와이파이 기술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IEEE 802.11이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마트폰에 IEEE 802.11이 적용된 것은 보급확산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IoT 개발과 함께 향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실제화되는 데 IEEE 802.11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도 생긴다.
표준은 꿈을 현실화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수신신호 강도를 사용하면 약 5m 정밀도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IEEE 무선LAN워킹그룹은 그 정밀도를 높이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나는 2016년 발표를 목표로, 정밀도를 2~3m 수준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또 다른 하나는 차세대 포지셔닝이라 불리는 IEEE 802.11az로, 정밀도와 확장성을 높여 방향측정 기능까지 제공하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 정밀도를 몇 ㎜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보된 기술이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지는 나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IEEE 802.11이 그동안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듯 더 나은 기술표준을 개발해 세상에 선보일 뿐이다. 하지만 진화된 새 기능은 더 많은 변화와 편리함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 IEEE 802.11이 25년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첨단 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