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주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소재강국 日 출장 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일본을 찾았다. 소재분야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과 협력을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본행은 취임 5주년을 맞은 그의 첫 대외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4일 저녁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구 부회장은 일본에서 현지사업 동향 점검을 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4일 저녁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구 부회장은 일본에서 현지사업 동향 점검을 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4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지난주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이날 오후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 저녁 7시 경 서울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도쿄 출장과 관련해 답변 없이 청사를 빠져나갔다.

현지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현지 사업동향 점검을 위해 일본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완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평소 일본 소재 업계와 협력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전자·정보기술(IT)산업은 스마트폰과 TV의 시장 정체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업계는 소재와 소프트웨어(SW)를 제품 차별화 핵심 동력으로 꼽고 있다.

LG전자는 일본 소재 업계와 협력으로 여러 차례 성과를 냈다. 올 초 일본에 출시된 침구 청소기 ‘침구킹(일본명 이불펀치청소기)’이 대표적이다. 제품 흡입부 HEPA 필터를 세계 최초로 일본산 알레르기 물질 분해 소재 ‘타닌산’으로 코팅해 꽃가루, 진드기 등을 99% 자연 분해한다. 환경 친화 소재로 인체에도 무해해 알레르기 방지 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타닌산은 일본 진드기 방지 100% 이불 ‘타니 제로쿠(진드기 제로)’로 유명한 야마세이가 공급한다. 구 부회장이 직접 히로시마 야마세이 최고 경영진과 접촉해 협력을 이끌었다. 섬유제품에 쓰이던 타닌산을 전자제품에 적용한 첫 시도로 LG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현존 가장 가벼운 노트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울트라북 ‘그램’은 신소재를 사용해 무게 980g을 구현했다.

LG전자 `침구킹` 일본향 제품 <사진=LG전자>
LG전자 `침구킹` 일본향 제품 <사진=LG전자>
LG전자는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무게 980g, 14형 노트북 ‘그램14’를 출시했다. 21:9 화면비, 최대 사용시간 10.5시간, 5세대 CPU 코어 i7을 탑재한 ‘그램14’ 노트북을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2015.01.14 /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LG전자는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무게 980g, 14형 노트북 ‘그램14’를 출시했다. 21:9 화면비, 최대 사용시간 10.5시간, 5세대 CPU 코어 i7을 탑재한 ‘그램14’ 노트북을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2015.01.14 /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LG전자와 일본 소재 업계 협력은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계에 부딪힌 기존 제품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차별화된 아이디어 제품 개발이 필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재 부문 세계 최강국 일본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게 전자 업계 시각이다.

우리나라는 세트 조립과 융합 기술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원천 소재에서는 일본과 독일에 여전히 뒤져있다.

우리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도 그렇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상위 25개 업체 점유율(매출기준)에서 일본(도시바, 르네사스, 소니, 롬)은 6.9%에 머물러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 15.2%에 못 미쳤다. 하지만 감광성수지 99%, 실리콘웨이퍼 70% 등 반도체 재료 시장을 독식했다.

LG전자는 일본에서 미래를 발굴하기 위해 간토(도쿄, 수도권)와 간사이(오사카, 교토) 등 양대 광역권에 영업·연구개발(R&D)·디자인 조직을 운영, 협력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가전뿐만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일본 자동차 기업을 자동차부품(VC) 고객사로 확보한데 이어 태블릿PC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도쿄(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서울=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