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영화 ‘인턴’이 화제다. 일흔살 노인이 ‘인턴’으로 사회생활에 다시 뛰어드는 이야기를 한 축으로 다룬다. 사람에게 ‘일’이란 청년·중년을 넘어 노년에게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 수 있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대기업, 금융사 공채 필기시험이 10~11월에 몰리면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좁은 문이다. A매치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20대 후반 오랜 취업준비생으로 보내다 공무원이 된 지인이 있다. 그는 4년간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와 대화 끝에 발견한 답은 ‘작은 곳에서라도 시작하자’는 것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도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입석 3등 칸’일지라도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 그리고 천천히 1등 칸을 향해 움직여라.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의 1등 칸으로 단번에 뛰어오르는 것보다 쉬울 테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학생 시절과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진다. 일단 취직해 사회에 나오면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이 단지 ‘대기업 취직’만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닫는다. 그래서 몇 백 대 일을 뚫고 들어간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나오는 청년들이 많은 것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기회가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눈에는 그게 잘 보이지 않고 마냥 자신이 ‘루저’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글을 읽는 취준생이 ‘내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냐’는 반문이 들린다. 나도 과거에는 그 말에 분노했다. 그러나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상에는 당신이 모르는 길이 더 많다.
영화 ‘인턴’에서 일흔살 노인이 과거 직장에서 ‘부사장’까지 역임하고 다시 ‘인턴’으로 들어간 것은 왜일까. 하반기 취업 시장, 청년들이 ‘기업 이름’이 아닌 ‘일’에서 의미를 찾길 바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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