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한국경제는 새로운 구조로 들어섰다.
스마트폰 보급이 2009년 대비 9배로 급증했고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K팝 등 한류 콘텐츠 검색이 세계적으로 폭발했다. 반면에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 가치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조업 전체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산업화와 정보화에 이어 창조화 혁명을 일으킬 때가 된 것이다. 우리는 1960년부터 1980년대까지 산업화 시절, ‘먹고살기 위한 삶’에 만족했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는 정보화를 이루어내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창조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자신의 뜻과 비전으로 성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요즘 인문학이 새삼 조명을 받는 이유는 독립적인 존재 가치를 가진 우리 삶의 목적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국가가 자원을 동원하고 정책을 만들어 경제를 일으킨 측면이 컸다면 이제부터는 평범한 국민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로 국가 경제를 번영시켜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대적 과제인 창조화 혁명은 개별 경제주체의 크고 작은 성공이 쌓여 만들어지는 성공경제에 의해 실현된다. 이 성공경제는 개별 경제주체 성공이 사회적 부 창출의 핵심이 되는 경제 구조를 말한다.
창의력이 이끌어가는 성공경제는 세상에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 선발주자가 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창의적 활동으로 채우며 행복을 좇는 과정에서 사회의 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성공경제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첫째, 성공 방법과 양식이 달라진다. 경제주체 성공은 과거와 달리 사전 계획이나 주도면밀한 설계에만 의존해 달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선택하고 집중할 목표가 없는 극단적 불확실성 아래에서는 예측불허의 수많은 변화 속에서 어느 순간 불현듯 솟아오르는 기회를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경제 환경에서 소수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대단히 위험하다. 이보다는 수많은 작은 조직체가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기획력으로 새로운 틈새들을 발굴하고 개척하게 해야 한다.
둘째, 기존과는 사뭇 다른 경제 철학이 지배한다. ‘거래에 의한 설득’으로 자신의 목표를 우선적으로 달성하려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진정으로 위하고 성공을 대가 없이 나눔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즉 참여자가 좋은 정보와 뜻을 공유함으로써 작게는 집단 공동체, 크게는 생태계를 형성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을 일구어낸다. 최근 공유 경제와 친구 맺기가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과거 패러다임에서 보았을 때 역설적인 시스템이 발생한다. 즉 상대를 먼저 챙기는 것이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이유는 당장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할지라도 수많은 사람을 참여시키고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산업과 시장에서 리더가 된다면 한껏 커진 파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 이러한 역설적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넷째,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법이 달라진다. 앞으로도 시장 변화는 더 빨라지겠지만 그 변화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기보다는 ‘생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진다. 예측과 목표 설정이 어려운 극단적 불확실성 아래에서는 무작정 빨리 움직이기보다는 기회 실체를 신중히 파악하고 타이밍을 포착해 결정적 순간에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 필수다. ‘더 빨리, 더 싸게’를 지향하는 효율 혁신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 확립 없이 변화를 쫓아만 가서는 점점 더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21세기 성공경제에서 ‘창발(emergence)’이란 단어는 창조화 패러다임을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한다. 이 단어는 경제주체인 인간의 비밀스러운 힘 발생 과정을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미래로 갈수록 성공은 불현듯 솟아나는 ‘창발의 산물(emergent property)’로 나타날 것이다. 창조화 혁명이란 바로 이렇게 창발된 수많은 성공이 개별경제 주체의 선한 뜻과 의지를 실현시킴으로써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