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美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화성에서 물이 흐른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는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하는 일대 사건이다.
하지만 화성 지표면을 돌아다니는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나사가 발견했다는 물(소금물)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쿼츠는 1일(현지시간) 큐리오시티가 생명체를 발견하려면 아직도 한참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보도하면서 그 이유로 2가지를 꼽았다.
■물리적 한계, 그리고 1967년 외우주 조약
큐리오시티가 갈 수 있는 지형상의 한계가 그 첫번째이다. 이와함께 약 50년전 우주 강국들이 체결한 약속이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당장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물이 흐른다는 증거인 검은 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해도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도록 설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큐리오시티가 물흐르는 증거가 있는 가파른 언덕을 오를 수 있다 하더라도 유엔협약인 외우주협약(The Outer Space Treaty,1967)에 따라 더이상 접근 할 수 없다.
이 조약은 지구상의 우주강국들이 각국의 상호협력에 기반한 우주탐험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지구로부터 묻어간 미생물이 다른 천체를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큐리오시티가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물있는 곳으로 다가가더라도 규정에 따라 지구생명체(미생물)로 인한 오염을 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큐리오시티는 충분히 소독되지 않았다`
리치 쥬렉 화성정찰궤도탐사선 담당과학자는 소셜뉴스사이트 레딧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세션에서 “이 지역에는 액체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구생명체에 의한 오염을 막아야 하는 특별한 지역이다. 우리의 탐사로봇은 액체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소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성탐사프로그램분석그룹(Mars Exploration Program Analysis Group)은 화성의 ‘특별한 지역’을 “화성의 조건아래에서 토양의 유기물이 생존해서 번식할 수 있는 장소”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큐리오시티는 지구에서 묻어간 미생물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특별한 지역 근처로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주선에 묻어 갈 수 있는 지구 박테리아
과학자들은 지난 해 미생물이 지구의 우주선에 편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부에 포자형 박테리아인 바실루스 푸밀루스(Bacillus pumilus·당화균(糖化菌))를 놓아둔 결과 이 박테리아가 18개월 간 생존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엄격한 소독과정에서도 살아남고 우주선 세척기술에도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준 홀씨형 박테리아들은 화성에서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아무리 완전하게 우주선을 소독한다 하더라도 100% 멸균이란 있을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아주 강한 열이다. 하지만 이는 미세한 측정장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판은 화학약품으로 세척된다. 반면 미세 전자제품들은 진공챔버에 들어가 바이오 물질들을 산화시키는 무해한 가스처리를 받게 된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이런 기술들은 수많은 미생물을 평방미터당 300개체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지구의 깨끗한 부엌에 있는 평방미터당 수십억 개체에 이르는 미생물 수와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소독을 해야
이같은 제약이 있다고 해도 화성탐사로봇이 미래에도 이 물흐르는 장소로 갈 수 없다면 말이 안된다.
유엔의 규제에 따르면서 작업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
쥬렉은 “화성 탐사로봇은 지금까지 물이 있다는 증거가 없었던 화성의 특정 지점에 착륙하기 위해 소독돼 왔다. 탐사로봇이 물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소독작업이 요구된다. 우리는 또한 우주선이 발사되기 전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미생물의 샘플을 채취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미래에 발견될 어떤 세균도 비교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나사의 차기 화성탐험 우주선은 오는 2020년에 발사된다.
그런데 이 탐사선이 기본적으로 큐리오시티 미션 탐사선과 거의 똑같이 설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화성 후속 탐사로봇역시 물이 흐르는 지역 쪽으로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의 화성에 대한 호기심은 상당기간 동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성보호프로토콜...지금까지는 과연 오염이 안됐나?
모든 국가의 우주탐사 임무는 행성보호프로토콜(Planetary Protection Protocol)에 따라 이뤄진다.
이들 프로토콜은 화성의 어떤 지역에 착륙 할 수 있는지, 착륙한 후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화성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더많은 특별지역들을 발견하고 있다.)
화성의 생명체를 유지하게 해 줄 만한 따뜻하고 습한 지역들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극지방의 얼음이 있는 곳, 동굴, 그리고 화산활동이 있었던 지역들도 특별 구역에 포함된다. 지표면 아래 5미터나 되는 깊숙한 곳에 얼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규정하더라도 만일의 사태를 모두 포괄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화성2020탐사로봇은 방사능물질인 플루토늄 연료 발전기로 가동된다.
이 로봇이 화성의 지표면에 넘어지게 되면 화성 지표면 깊은 곳에 있는 얼음을 녹여서 액체물을 만들어 내게 한다. 그렇게 되면 로버2020(Rover2020) 탐사로봇의 탐사지역은 훨씬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사는 이 모든 규제로 인해 물이나 화성생명체를 찾을 만한 바로 그 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하지만 오는 2030년 인류의 첫 화성탐사선이 발사되면 인류는 어쩔 수 없이 화성을 미생물로 오염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조약 규칙도 깰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이미 큐리오시티와 그 이전에 화성으로 보내진 탐사로봇들은 충분히 화성을 오염시켰을 지도 모른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