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술 발달은 영상콘텐츠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OTT(Over The Top), N스크린 등 언제 어디서나 방송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손쉽게 영상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는 대부분 창작자가 떠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방송 콘텐츠는 방영 순간부터 불법 다운로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기술적 보호 장치가 개발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방송 영상물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방송콘텐츠저작권협회(가칭)’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협회 설립 추진 설명회에서는 케이블TV 방송사, 1인 창작자, 독립 제작사, 드라마 제작사, 지상파 방송사 등 영상물을 소유한 저작권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음원 관련 저작권 단체는 저작권을 소유한 회사나 개인이 가입하면 저작권이나 저작 인접권을 모두 신탁하게 되는 인적·포괄적 신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협회는 저작권자가 신탁관리를 원하는 콘텐츠만 특정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저작권자 편의성을 도모한다.
1인 창작자는 기존 방송 콘텐츠를 비용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사와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모델을 만들 수 있다.
신탁단체에 등록된 방송프로그램을 묶음상품(패키지)으로 구성하면 해외시장 공략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 해외 시장에 도전하기 어려운 중소 방송사, 독립 제작사, 1인 창작자를 대신해 신탁단체가 해외 방송사, 인터넷 포털, OTT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콘텐츠 판매에 나설 수도 있다. 방송 저작권 단체가 콘텐츠 유통 활성화와 저작권 보호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방송 콘텐츠 신탁단체 필요성과 기대효과는 충분하지만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 사항도 있다.
우선 방송사와 저작권자가 충분한 콘텐츠 기초 데이터를 신탁단체에 제공해야 한다.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된 음악, 대본, 출연진 목록 등을 충실하게 작성해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 시에 기초 데이터로 활용된다.
두 번째는 눈앞의 이익보다 저작권 이용 문화 개선과 신규시장 개척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산업 활성화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저작권자가 이용하는 단체기 때문에 각자 이익만 주장하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신탁단체를 활용해 방송 콘텐츠 산업 규모를 키우면 장기적으로 개인과 방송사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CODA라는 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민간단체로서 국내외 콘텐츠 침해 보호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 방송 콘텐츠 저작권 협회가 설립되는 만큼 세제·자금·기술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방송 콘텐츠 저작권 신탁단체 설립은 글로벌 한류를 이어가고 방송콘텐츠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정부와 콘텐츠 제작자의 꾸준한 관심 속에 신탁단체가 설립되고, 이로써 우리의 소중한 문화콘텐츠를 세계시장에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지영 조선대 법과대학 교수 inspat@chosun.ac.kr
-
윤희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