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복 70주년 세계과학정상회의

[기고]광복 70주년 세계과학정상회의

지난해 6월 30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범으로 기초 및 산업으로 양분돼 있던 연구회 체제가 통합됐다. 12월에는 금강이 가로 지르는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했다.

금강은 400㎞가 넘는 크고 긴 물줄기다. 충남 부여에선 백마강, 금산을 지나면 적벽강, 공주에 이르면 곰강이라 불린다. ‘곰강’은 스스로를 곰의 후손이라 믿었던 백제인이 새로운 도읍을 관통하는 강 이름을 곰강이라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

금강은 그 지류만도 50개가 넘는데, 제1 지류인 갑천(甲川)을 따라 펼쳐진 대전 명소 중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출연연구기관 중 16개 기관이 이곳에 위치해 있어 연구회 청사만큼이나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통합연구회가 출범하고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한 것도 출연연구기관으로부터 보다 가까운 곳에서 연구현장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세종 국책연구단지에서 대덕연구단지까지는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현재 건설 중인 도로가 완공되면 10분 내 왕래가 가능해진다.

대덕연구단지를 품고 있는 대전이 세계적 과학도시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를 통해서였다. 대전엑스포는 사상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이자 본격적인 ‘정보화 엑스포’라는 기록을 남겼다.

자기부상열차, 태양전지 자동차, 태양전지 거북선 등을 전시해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상을 제시하고, 엑스포를 찾은 세계 바이어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홍보해 수출 길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22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전에서 또 한 번 대규모 과학행사가 개최된다. 오는 1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과학정상회의가 그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가 위치한 파리 밖 도시에서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유럽 중심 과학기술 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개도국을 포함한 새로운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을 제기해 회의 유치에 성공했다.

11년 만에 열리는 이 회의에는 세계 66개국 장차관을 포함한 대표단, 주요 국제기구 수장, 노벨상 수상자, 글로벌 CEO, 세계적 석학 등 3000여명이 참석한다. 이들이 함께 과학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공유하고 향후 10년을 겨냥한 세계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정하게 된다. 논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과학기술 분야 미래 가이드라인이 될 ‘대전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대중을 위한 과학행사도 풍성하다. 사이언스 페스티벌, 사이언스 데이,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는 KAIST 문화행사 등 총 12가지 연계행사가 준비돼 있다. 해마다 열리는 과학문화 축제인 사이언스 페스티벌은 세계과학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사상 최대 규모인 5개 분야 40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덕연구단지에는 출연연뿐 아니라 KAIST를 비롯한 교육기관, 국공립기관, 기업, 기타 비영리기관이 밀집돼 있다. 1만2000여명의 박사급 연구인력을 포함해 6만70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인재의 산실이자 국가 기술혁신 인프라 집적지다.

이곳에서 지난 40년간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주도해 온 출연연이 최근 융합으로 혁신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유효했던 추격형 전략을 버리고, 선도형 R&D 체제로 전환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다.

세종시 이전으로 중앙 행정기능 60%가 금강 일대에 모이게 됐다. 세계과학정상회의에서 금강의 기적, 광복 100주년을 위한 혁신 에너지가 충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sdc6506@n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