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년이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돼 불공정 행위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공정위 대응은 기민하지 않다. 올 연말까지 운영하는 한시 조직 ICT 전담팀은 9명에 불과하며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인력이 상당수다. 인력·예산 확대와 전담조직 상설화가 대안으로 제기된다.
7일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보고서 공유시스템 ‘프리즘’(PRISM)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공정위 발주로 발간된 ICT 연구보고서는 25건에 불과하다.
연간 ICT 관련 보고서 발간이 평균 2.5개인 것으로 상당수는 전자상거래 부문에 집중됐다. 최근 불공정 행위가 자주 지적되는 포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SW) 부문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위에서 포털 관련 연구보고서가 나온 지 7년이 지났다”며 “기존 제조업 부문에만 신경 쓰지 말고 적극적으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털 관련 공정위 연구보고서는 2007년 발행된 ‘인터넷 포털 산업의 특성과 시장획정’이 마지막이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산업이 급속하게 바뀌니 거기에 따라가기 위해 보고서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내년 예산 확보가 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연초 ICT 불공정 행위 감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업무보고에서 “모바일 메신저, 운용체계(OS) 사업자 등 플랫폼 사업자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ICT 전담팀(TF)을 꾸렸지만 조사는 수개월째 퀄컴, 오라클에 머물러 있다. 이마저 심사가 연말까지 늘어지는 모습이다. 오라클 조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의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조사를 시작한 지 1년 넘은 퀄컴 건에 공정위는 “조사 진행 상황은 언급할 수 없다”고만 설명했다.
공정위가 ICT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전담조직을 상설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총인원은 약 530명, 연간 예산은 10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새롭게 연구·조사를 추진하려고 해도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전담조직 상설화도 대안으로 꼽힌다. ICT 불공정 행위는 유형이 복잡하고 외국 기업이 관련된 때가 많아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CT 전담팀은 연말까지 운영하는 한시 조직이라 내년 존치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나마 전담팀을 구성한 9명 중 상당수는 본래 업무와 겸해 집중도가 떨어진다.
공정위에서 ICT 분야에 특화된 조직은 전자거래과 한 곳에 불과하다. ICT 부문 사건은 대부분 서비스업 감시 조직에서 맡지만 SW는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가 담당하는 등 사안에 따라 담당이 다르다. 하지만 내년 공정위 예산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담조직 구성, 인력 확대 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년 별다른 조직적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