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확정됐다.
이 수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톤가량인데, 2030년에는 8억여톤가량이 배출될 예정이며, 3억톤 정도를 줄여 최종 약 5억톤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맞춘다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산업 부문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정유〃석유화학 산업, 철강 산업 등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들 주력 산업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기 때문에 특정 산업 문제로만 생각할 수 없고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전략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까지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들여왔고 좋은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온실가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3억톤가량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절약이나 신재생 에너지 보급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또 다른 대안이 탄소자원화다. 탄소자원화는 화석연료 등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일산화탄소) 및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와 천연가스 등을 산업원료로 활용하는 기술혁신 개념이다.
산업 활동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모아 연료나 산업원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특히 석유 수입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기술개발에 따라 새로운 산업 창출 역시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탄소자원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풍부한 셰일가스 자원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앞서고 있고, 일본은 최근 인공광합성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과 관련해 미국, EU 등에서는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 자원으로부터 유용한 자원으로 변환하는 기술 역시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C1가스(탄소 개수가 하나로 이루어진 화학물질. 메탄· 일산화탄소)를 활용해 화학제품이나 수송연료를 생산하는 기술개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이산화탄소에서 화학원료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공광합성 미래 기술도 개발 중이다. 바이오 자원에서 에너지와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기술,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 등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갈수록 전략적인 탄소자원화를 위해 기술 간 연계와 융〃복합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탄소자원화는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상업화가 미미한 초기 단계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산학연 노력을 결집하면 충분한 기회가 있다. 연구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잘 이루어진다면 탄소자원화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세계시장에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할 기회가 올 것이다.
또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전략과 협력체제를 구축할 허브가 있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효과적일 것이다. 산학연 역량을 결집하고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해 준다면,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이슈가 온실가스 감축과 해외 석유 의존율 감소 그리고 신산업 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장 khlee@kric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