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어느 때보다 호조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 절반가량이 반도체 사업부에서 나왔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결은 다양화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만 내세우던 과거와 달리 시스템LSI 부문 성과가 놀랍다.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판매 확대가 주요했다. 여기에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힘을 보탰다. 세계적인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 경쟁을 벌이면서 애플과 퀄컴 물량을 확보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 A9칩 파운드리가 본격화되면서 2분기 흑자로 전환하고 3분기 흑자폭을 키웠다. 4분기는 퀄컴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 820 파운드리가 시작되면서 실적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 물량을 확보한 배경은 앞선 기술력이다. 삼성은 14나노 공정 수율을 높여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오랜 파운드리 운영 노하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TSMC와 여전히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지만 미세공정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삼성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말께 10나노 공정을 갖추게 되면 시장 판도는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또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 수요 확보다. 중국 파운드리 1위 기업 하이실리콘과 AP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고객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인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기린’을 생산한다. 저가형 모델이 아닌 플래그십 모델에 채용되는 AP를 생산하는 것이 주목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협업 관계를 넓힐 수 있는 계기여서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애플 물량에 따라 좌지우지되던 삼성 파운드리 사업 실적이 고객 다양화로 안정된 기반을 갖추게 됐다. 앞선 미세공정과 같은 기술력 확보가 변화 출발선이다. 미래 시장도 기술 경쟁력을 유지했을 때만 보장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