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마션(The Martian)

앤디 위어 저, 박아람옮김, 알에이치코리아, 1,5000원

우리가 아는 가장 유명한 화성관련 소설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1898)’과 필립 킨드레드 딕의 ‘토탈리콜’(원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1966)이다.

조지 웰스의 소설에서는 지구를 침공한 문어같이 생긴 화성인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화성을 그리고 있다. 필립 K. 딕 역시 화성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성의 모습을 꿈꾸는 인간의 존재를 묘사한다. 그의 소설은 1965년 7월 마리너4호가 화성 반대편에 도달해 처음으로 그 사진을 전송해 온 이후 나왔지만 그야말로 상상의 화성세계 이야기였다.

이 가장 유명한 19세기와 20세기의 화성관련 SF계보를 잇는 소설로 ‘마션(Martian)’을 꼽아도 크게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15세에 미국국립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해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앤디 위어의 데뷔 장편소설이다.

화성의 모습은 1964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쏘아보낸 매리너4호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해(1965.7.15) 오면서 자세한 모습을 드러냈다. 나사는 1976년 첫 무인 탐사선 바이킹호 탐사로봇을 보내 바위가 있는 붉은 화성의 표면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큐리오시티와 화성정찰궤도탐사선(MRO)의 탐사결과 화성의 경사면에서 주기적으로 여름에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의 두 화성 소설과 달리 앤디 위어의 마션은 우리 피부에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소설은 지난 해까지의 실제 탐사결과, 데이터 및 화성의 현상과 모습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앤디 위어의 소설은 화성의 지명과 토양, 기후,지질 등 세밀한 데이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물론 쥘 베른의 1869년 소설 `달나라여행`에서도 포탄선을 탄 사람들이 달나라의 평원 위를 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기는 하다. 탈출속도가 거의 정확한 초속 11km로 소개되고 있고, 발사지점이 미국의 우주선 발사지인 플로리다이고, 아폴로 지구귀환시 태평양상 착수지점도 예언처럼 맞추고 있다.)

[북리뷰] 마션(The Martian)

`마션`은 화성에 혼자 남겨진 한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마크 와트니를 주인공으로 한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의 지구귀환기다.

그의 소설에서는 이온엔진을 사용하는 유인 화성 탐사선(모선) 헤르메스호,화성상승선(MAV),화성하강선(MDV) 정도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상 속의 산물일 정도다. 하지만 이걸 상상으로만 치부하기엔 유인 화성 탐사계획이 너무나도 현실에 가까워보인다. 미국은 2030년대에 화성으로 가겠다고 밝혔고 구체적인 계획을 착착 실현해 나가고 있다.

소설속에 나온 화성까지 가는 약 8개월 여(240여일)간의 기간은 실제로 무인화성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낸 우주 여행 시간이기도 하다. 그밖의 수많은 화성의 지형,기후 현상 등도 현실과 대체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화성탐사 우주비행사의 생존 및 지구 귀환기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자자는 등장 인물들에게 불굴의 도전정신을 불어넣었다. 작가의 위트넘치는 수사들이 곁들여진 대목들은 우리를 미소짓게 만든다. 또한 우주에 남겨진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를 구해내기 위해 합심하는 동료애와 지구인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앤디 위어는 독자들에게 단 2개월 치 식량(과 기타 첨단기기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라고 문제를 낸 듯 하다. 주인공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지혜를 짜내고,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주인공이 화성에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안 지구 사람들이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고민하고 응원하는 모습 등도 고스란히 녹여 보여준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와 이어가는 교감의 끈에는 인간적인 면, 즉 휴머니티가 살아있다. 그것은 화성, 아니 우주탐사를 꿈꾸는 모든 인류와의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나사 국장과 화성 탐사 미션 책임자 사이의 신경전, 지구 귀환 중인 동료들에게 자책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주인공의 생존 사실을 숨기는 대목, 뒤늦게 동료의 생존을 알고 구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는 모습 등은 버릴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감을 보여준다.

저자는 와트니의 입을 빌어 말한다.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내편이 되어 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