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효율과 속도를 갑절로 높이는 ‘전이중통신(Full Duplex Radio)’ 글로벌 시장주도권 선점 경쟁이 본격화됐다.
전이중통신은 동일 주파수 대역에서 동시간대 송신과 수신을 처리하는 기술로, 5세대(5G) 이동통신 후보 핵심 기술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 업체, 칩 제조사, 솔루션 업체가 실제 현장 시험 등을 통해 기술 선점 행보에 돌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념검증(PoC) 단계에 머물러 LTE-TDD 도입 지연에 이어 자칫 전이중통신 주도권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쿠무네트웍스·도이치텔레콤, 상용화 가능성 타진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신 전문업체 쿠무네트웍스가 도이치텔레콤과 전이중통신 필드테스트에 돌입했다. 상용화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한 취지다. 쿠무네트웍스는 체코 프라하 등 유럽 실제 기지국 설치 지역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쿠무네트웍스 필드테스트 결과 전이중통신 기술이 이동통신망 데이터 처리 용량을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븐 홍 쿠무네트웍스 공동설립자는 “자동차 위에 장비를 설치해 이동하며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모든 상황에서 주파수 효율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채찬병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는 “쿠무네트웍스와 도이치텔레콤 필드테스트는 실제로 구축해 사용하는 상용 기지국에 전이중통신 기술을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쿠무네트웍스 외에 인텔과 퀄컴 같은 칩 제조사, 노키아, 에릭슨을 비롯한 장비 제조사도 전이중통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개념 검증 단계…주도권 상실 우려
글로벌 시장에선 상용망 시험에 착수했지만 우리나라는 소규모 출력으로 개념검증(PoC)을 하는 단계다.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지 도입 여부를 살펴보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잠재된 역량은 부족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말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에서 전이중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시간 시제품으로 구현했다.
SK텔레콤은 쿠무네트웍스와 협력해 지난 5월 ‘월드IT쇼 (WIS) 2015’에서 전이중통신을 시연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통신 전문가는 “전이중통신은 5G의 강력한 후보기술 중 하나로 주파수 부족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많은 투자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하지만 전이중통신 연구를 위한 정부 지원금은 연간 수억원에 불과해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잠재된 가능성을 경쟁력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파수 효율성 LTE-TDD 2배…5G 핵심 기술
전이중통신은 전파 간섭을 막기 위해 송·수신 주파수를 별도로 활용하는 주파수분할 롱텀에벌루션(LTE-FDD)과 달리 동일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데이터 송·수신 처리에 시차를 두지 않는다. LTE-TDD를 전이중통신과 비교해 반이중통신(Half Duplex Radid)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한 차선에서 상행 차량과 하행 차량이 동시에 달리는데도 사고가 나지 않는 개념이다. 이론상으로 LTE-TDD보다 동일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가 두 배다. 주파수 효율성이 두 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중안테나(Massive MIMO)를 비롯해 현재 논의되는 다양한 ‘LTE 어드밴스트(A)’ 기술에 적용해 속도를 갑절로 높일 수 있다. 5G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