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로 우뚝 선 중국 경제가 달리기 시작하자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후발주자 이점 소멸, 소득 양극화, 대형 안전사고, 사회적 스트레스 등 동시에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걱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가공무역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려가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세계에 수출해 왔던 중국 가공무역 방식이 급속히 퇴조한 것이다. 중국 무역방식별 수입비중을 보면 가공무역 형태는 2005년 41.5%를 정점으로 2012년 26.5%로 현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중국과 기술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정보화를 이루어낸 부품 제조 산업 경쟁력이 하나 둘씩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 내수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7년 후인 2022년 상위 중산층(가구당 소득 수준 1만6000~3만4000달러)이 전체 중국 도시가구의 54%에 도달한다. 그 결과 전체 도시가구 75%가 가구당 소득 9000~3만4000달러 중산층에 편입될 것이다. 이들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규모는 연평균 20%가 넘는 소비증가율 추세에 힘입어 2022년 우리 돈으로 450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시진핑 시대를 맞아 경제성장 핵심 동력으로 소비를 강조함으로써 도시가구 소비증가를 더욱 가속화할 것 같다. 아무튼 향후 몇 년간 중국 내수 소비시장에서 크고 작은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 확실시된다. 그 소비 주역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가 차지할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입맛과 소비 성향을 사로잡는 산업과 기업이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은 아직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소비재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2년 기준 3.7%에 불과하다. 독일(24.1%), 일본(12.3%), 미국(12.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명분과 절차를 중시하는 한국식 경영방식이 실리와 성과를 중시하는 중국식 경영에 맞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발휘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화장품, 백화점 유통, 고급 농산품, 한류 콘텐츠 등 소비재 및 서비스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중국식 실용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신속성, 대규모, 동시다발성이라는 의사결정 역량을 상대로 해서 과연 어느 정도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창조산업 부문을 보면 작년 한 해만 약 1조원의 자금이 우리 영화, 게임, 방송,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뿌려졌다. 한국 우수한 창작자와 제작자들이 대거 중국 시장에 흡수되고 있는 사실도 목도하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던 게임 산업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한국 기업 원천 기술을 재빨리 활용한 결과 지금은 우리를 앞지르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최근 시안, 우환, 충칭, 청두 등 중국 서부 내륙지역 핵심 도시에 발걸음이 잦다. 이들 도시를 방문해 보면 빌딩 숲, 글로벌 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 주식 상장 성공사례를 자랑하는 창업 인큐베이터 등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CEO(총경리)들과의 미팅에서다. 여러 계열사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최고경영자가 별다른 배석자 없이 한국에서 온 일행을 검소하게 만나 여러 실무적 사안을 꿰뚫어 보면서 직접 토론하고 결정하는 실용성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까다로운 의전, 복잡한 의사결정, 부처 간 칸막이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 운명은 결국 경제주체가 만들어내는 의사결정 질과 타이밍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경영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