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은 익명 구조용 드론이 바다 위를 비행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해수욕장 상공에서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드론 활용에 깊은 인상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드론, 즉 무인항공기는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이용됐다. 최근 세계적으로 드론을 활용한 각양각색 신산업이 창출되고 있다. 아마존은 일찌감치 ‘프라임 에어 프로젝트’를 발표, 드론을 이용한 배송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2014년 말 2.3㎏의 짐을 16㎞ 지점까지 나르는 테스트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정유사 BP는 알래스카 자갈에서 원유를 추출할 때 환경보호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해 감독하고 있다. 드론은 뉴스와 스포츠 중계에서 활용도가 높아 미국 AP통신은 재난·재해 보도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고, 호주의 폭스 스포츠는 크리켓 시합에서 경기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일본에서는 야마하가 1987년부터 농업용 드론을 개발, 현재 일본 전체 농경지 가운데 40%에 드론으로 비료와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열풍에 동참해 해운대 사례와 같은 인명 구조, 사고 예방 등 공공 분야뿐만 아니라, 물류·방송·건설·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드론이 활약하고 있거나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취미로 드론을 날리거나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 사진을 찍는 대중적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드론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드론과 관련한 법·제도 발전은 아쉽게도 드론 수요 증가만큼은 빠르지 못하다. 현재 드론 조종사가 준수해야 할 일종의 ‘교통법규’는 항공법과 그 시행규칙에서 규정한 무인항공장치의 ‘조종자 준수사항’이 전부다. 비행금지시간(야간), 비행금지장소(관제권, 비행금지구역, 150m 이상 고도,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 등), 비행금지행위(비행 중 낙하물 투하 금지, 조종자 음주 상태에서 비행 금지, 조종자가 육안으로 장치를 직접 볼 수 없을 때 비행 금지 등)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드론 활용도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렇게 단순한 규칙만으로 다양한 상황을 모두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때로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조종자가 육안으로 장치를 직접 볼 수 없을 때 드론 비행을 전면 금지한다면 드론을 활용한 배송서비스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야간비행을 전면 금지한다면 인명 구조 등 재난 분야에서의 드론 활용이 너무 제한되는 것은 아닌가. 또 ‘인구밀집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구체적으로 몇 명 이상의 사람이 사는 곳 또는 모인 곳을 의미하는가. 조종자가 음주 상태에서 비행하는 것을 어떻게 누가 일일이 통제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하고 구체적 입법이 필요하다.
또 항공법상 원칙적으로 드론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비료 또는 농약 살포, 씨앗 뿌리기 등 농업 지원, 사진촬영, 육상 및 해상 측량 또는 탐사, 산림 또는 공원 등의 관측 및 탐사, 조종교육,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업으로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업’으로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한 때에만 영리 목적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문제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업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정하는 사업’ 범주 예측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신산업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이와 같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드론이 이용하는 주파수를 규율하는 전파법 또한 마찬가지다. 드론을 지상에서 제어하기 위한 주파수는 전파법 및 하위 고시에 의해 이미 분배돼 있으나 문제는 그 출력이 너무 낮아 합법적인 방법으로 드론을 원격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합리적 대안으로 전국적으로 정비된 LTE망을 활용해 드론을 제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드론을 이용한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타인 사유지를 비행하고 촬영하는 드론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나 소음공해 문제가 대두돼 관련 문제를 규제하는 입법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규제 근거가 없어 드론 활용이 많아질수록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드론 기체 결함이나 조종 미숙에 따른 추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행 문제, 드론이 비행하면서 발생하는 충돌 사고 과실을 누가 판단하고 책임지는지 문제 등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준 도입도 필요하다.
구글이 뽑은 최고의 미래학자이자 다빈치연구소 소장인 토머스 프레이는 미래에 드론이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무려 192가지를 제시했다. 드론의 무한한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활용이 본격화되지 않은 지금이, 필요한 법·제도 정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수 있는 적기다.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odam.kweon@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