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에서 일정한 금액을 내고 즐기는 ‘정액 요금제(정액제)’ 영향력이 거세다. 정액제 게임 강세는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대형 자본과 기획으로 완성된 콘텐츠만 살아남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아이덴티티모바일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파이널판타지14’ 재결제율이 80%를 기록했다.
파이널판타지14는 지난달 1일부터 월(30일) 1만9800원 요금을 기준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90일분을 미리 지불한 이용자를 포함해, 지난달 한 달 동안 게임을 즐긴 사람 10명 중 8명이 10월에도 게임을 결제했다는 이야기다.
아이덴티티모바일 관계자는 “일일 평균 15만명이 게임을 이용 중”이라며 “20레벨까지 무료 이용자를 포함 신규 고객이 매일 5000명 수준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액제 위력은 특히 역할수행게임(RPG)에서 두드러진다. 게임리서치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상위 20위권 온라인 게임 중 정액제를 기반으로 한 RPG는 △리니지(7위) △아이온(8위) △블레이드앤소울(9위) △파이널판타지14(12위) △월드오브워크래프트(14위) 등 5개다. 부분유료 RPG는 △던전앤파이터(6위) △메이플스토리(15위) △메이플스토리2(16위)등 3종류였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대표는 “정액제 RPG가 상위권을 점령하는 것을 뒤집어 보면, (부분유료화를 채택한) 중형 RPG가 더 이상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며 “특히 모바일게임에서 대형 RPG 제작이 늘어나며 PC·온라인 기반 중형 RPG 이용자를 흡수한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대규모 자본과 기획 역량을 투입한 대형 RPG는 투자금 회수 등을 이유로 처음부터 정액제로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PC·온라인기반 RPG 시장이 대형업체·게임 위주로 재편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파이널판타지14’는 일본 대표 게임기업인 스퀘어에닉스가 글로벌 서비스해 검증을 마친 콘텐츠다. 올해 20위권에 새로 진입한 유일한 부분유료 MMORPG ‘메이플스토리2’도 넥슨이 대형자본을 투입, 수년간 제작한 게임이다.
내년 테스트 목표인 ‘리니지이터널(엔씨소프트)’ ‘로스트아크(스마일게이트)’ 등 정액제가 점쳐지는 MMORPG 역시 각사가 사활을 걸고 역량을 집중한다. PC·온라인을 플랫폼으로 부분유료 요금제를 채택한 중형급 RPG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앞으로 PC·온라인 기반 MMORPG는 엔씨소프트,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자금력이 탄탄한 회사만 제작하게 될 것”이라며 “이 외에는 ‘문명 온라인’처럼 유명 지식재산권(IP) 기반 콘텐츠나 기존에 없는 게임시스템으로 승부하는 RPG 정도만 시장에서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