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델-EMC` 빅딜이 국내 통신시장에 주는 의미

델이 세계 최대 스토리지 업체 EMC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인수금액만 76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델과 EMC는 각사 장점이자 IT 인프라 핵심 요소인 서버·스토리지를 결합하게 됐다. 델은 세계 서버 시장 2위지만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5위였다. 스토리지 분야 1위 EMC 인수를 결정한 이유다. 서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델-EMC 빅딜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정보통신 인프라 시장에 적잖은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우선 EMC 인수로 한 체급을 올린 델과 HP의 진정한 승부가 기대된다. 델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PC시장 침체 영향으로 고전했던 델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국내시장 동향도 주목거리다. 델은 HP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델과 EMC 한국 법인 통합도 예상된다. 한국EMC는 지난 2분기까지 46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40%를 웃돈다. 국내 합병법인 매출액도 단숨에 6000억~7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IT 인프라 업계 최대 규모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델의 EMC 인수는 국내 ICT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델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급변하는 기술발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약점과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결과물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초일류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분야는 다양하다.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또 다른 적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쟁사와 한 배를 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는 미래를 위한 대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델-EMC 빅딜은 클라우드컴퓨팅 시대를 맞아 선택과 집중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우리 기업도 한계사업 정리와 체질개선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