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기준 가입자가 1003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5월 8일 KT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5월 15일), SK텔레콤(5월 20일)이 요금제를 출시한 지 5개월 만이다. 한 달 평균 200만명이 가입하며 종전 어떤 요금제보다 짧은 기간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동통신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요금을 낮추고 데이터를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가입자가 늘었다. 가입 형태가 번호이동에서 기기변경, 다시 요금제 변경으로 변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통신 서비스 소비가 음성과 문자 위주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데이터 소비 패턴 합리적으로 변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업무계획 중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 일환이다. 데이터 사용량은 늘어나는데 기존 음성 중심 요금체계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데이터 사용량은 얼마 되지 않고 음성 통화량이 많은 사용자는 어쩔 수 없이 데이터 제공량까지 많은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만큼 과금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미래부는 이통사와 협의해 기존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하기 시작했다.
요금제 출시 초기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는 오히려 비용이 더 증가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기존 요금제에서 받던 할인 혜택이 축소되거나 사라졌다는 불만도 나왔다. 시민단체는 이통사가 불법과 부당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7월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가입자당 데이터 사용량은 월 평균 400MB, 음성통화는 75분 증가한 반면에 비용은 2600원(월 평균 5.7%)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본인 데이터 사용 패턴을 꼼꼼히 살펴 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가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사용자가 기존 요금제 사용자 대비 피해를 봤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 42%
데이터 중심 요금제 효과는 5개월 만에 1000만 가입자라는 것 외에도 다양한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KTOA 자료에 따르면 7월분 납부금액 기준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변경하며 요금이 낮아진 가입자가 50%에 달했다. 이들은 평균 1만1000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이 높아진 가입자는 33%(8900원), 동일한 가입자는 17%다.
미래부가 이통 3사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1003만 가입자 중 3만원대(부가세 포함) 요금제 가입자가 42%를 차지했다. 이 중 22%는 가장 저렴한 3만2890원(부가세 포함) 요금제를 사용했다. 음성통화가 많은 50대 이상에서 3만2890원 요금제 가입 비중에 높았다. 20·30대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이 많다.
이통사마다 차별화한 서비스로 데이터 편익은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는 데이터 리필하기로 평균 3.87GB, 데이터 선물하기로 평균 1.71GB를 사용하며 데이터 요금을 절감하고 있다.
KT는 데이터 제공량 초과 가입자가 평균 420MB를 당겨 쓰기한다. 매달 약 8600원 데이터 요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요금제별로 300MB에서 3.3GB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HDTV 전용 데이터를 이용해 평균 3200원, 최고 7000원을 절감한다.
◇진화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단기간에 이통사 대표 요금제로 자리 잡았다. 이통사는 특정시간 데이터 무제한 등 연이어 부가상품(TPO)을 출시하며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중저가 요금제와 TPO를 적절히 사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소비 형태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도 점차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는 고객 확보를 위해 중저가 요금제에서 현재보다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수익성 증대를 위해 동영상 콘텐츠 사용량 증대, 상위 요금제 유도 등 전략이 병행될 전망이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기존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으로 예상보다 일찍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며 “이동통신 소비 형태가 데이터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어 데이터 이용 부담이 줄면 콘텐츠 등 관련 생태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는 것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신호”라며 “다만 데이터 사용량이 급속히 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을 낮추려는 이통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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