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옛날에는 휴대폰이 쌌다는 환상

[기자수첩]옛날에는 휴대폰이 쌌다는 환상

“24개월 약정하면 갤럭시노트5가 62만원인데, 69요금제 쓰면 15만원만 내면 된대요. 나머지 47만원은 내준다네요. 이거 해도 될까요?”

후배가 이렇게 질문했다.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후배는 최신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좋아했다. 47만원은 어디서 나오는 돈이라더냐고 묻자 “매달 1만9200원을 할인해 준다고 하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동통신사는 원래 2년 약정을 하면 통신요금을 20~25% 할인해 준다. 이를 ‘약정할인’이라고 한다. 69요금제에 이를 대입하면 매달 약 1만7500원, 24개월로는 42만원을 통신요금에서 할인해준다. 텔레마케팅 업체가 지원해준다는 47만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는 5만원을 지원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42만원은 고객이 응당 받아야 할 권리이지 흥정 대상이 아니다.

이것을 지적해주자 후배는 바로 신청을 취소했다. 후배는 “단말기 값을 다 내고 사야 하는 현실이 슬프네요”라는 말을 남겼다.

후배는 슬펐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대부분은 늘 그래왔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휴대폰이 쌌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혹시 저런 수법에 당한 건 아닌지 과거 요금명세서 ‘할부원금’란을 뒤져보기를 권한다. 단통법에서는 이처럼 요금할인 금액을 단말기 지원금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요즘에 괜히 휴대폰 요금이 비싸진 것처럼 느껴지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통신사 마케팅 비용은 정해져 있다. 2010년 이후 통신 3사 마케팅 비용은 유·무선을 포함해 7조 후반대에서 형성됐다.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연히 모든 가입자에게 50만원씩 지원금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년에 국내서 팔린 휴대폰이 1800만대다. 둘을 곱하면 9조원이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운 좋게도 실제로 지원금 50만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50만원을 썼다면 통신사는 어딘가에서 부족한 50만원을 채워 넣어야 한다. 대다수 ‘호갱’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런 ‘호갱’을 없애자는 단통법이 정말 악법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