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7월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가 도래했음을 선언했다. 이어 그 후속 조치가 담긴 K-ICT전략을 발표했다.
새로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SW인력 집중 양성이 필수다. 또 이를 위해 SW교육 틀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교육 환경을 가진 대학을 확실하게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철저한 평가과정을 거쳐 8개 대학을 선정한 미래창조과학부 SW중심대학 사업이 큰 관심을 끌었다. 대학 SW교육 틀을 바꾸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래부는 7월, ‘SW중심대학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사업설명회에서 선정계획을 홍보했다. 선정된 대학 지원 규모가 포함된 사업설명회 반향은 컸다.
SW중심대학이 요구하는 혁신 수준은 만만치 않다. SW특기생 선발, 학과교과개편, 교직원평가를 포함하는 SW전공학과 대폭 혁신뿐만 아니라 SW 비전공생도 SW 기본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SW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산학프로젝트 운영, 인턴십, 공개SW/영어교육 강화 등으로 SW 전문가 능력이 산업 현장과 연결되는 실전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 내용은 단과대학이나 SW 관련학과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대학교 전체 차원에서 총력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한 사업이다.
이처럼 만만찮은 혁신이 요구되는 사업임에도 많은 대학이 SW중심대학 선정을 위한 준비를 했다. 최종적으로는 40개 대학이 신청했다. 신규분야 경쟁률은 무려 11 대 1에 달했다.
대학 제안 내용에는 기본적인 요구 수준을 넘어선 파격도 많았다. 총장직속 SW교육센터 설립, 실리콘밸리 거점 구축, 전교생 가상PC 제공, SW대학 건물 신축, 핵심과목학점 AB or F, 4만라인 이상 코딩훈련 등이 그 예다.
또 대학 상당수는 총장이 직접 선정 평가 현장에 강력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선정과정도 치밀하게 진행됐다. 평가위원은 경력 20년차 이상 SW산업 분야 중견기업 대표 또는 SW인재 수요가 많은 대기업 임원으로만 구성해 주말 늦은 밤까지 심도 있게 평가했다.
신청대학 서류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래픽 형태의 보고서(PPT)를 별도 작성하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보안유지를 위해 참여기업명 삭제한 블라인드 평가와 평가단과 대면을 차단할 커튼도 설치했다. 심지어 복면가왕에서나 볼 만한 얼굴 가리개도 쓰도록 조치했다.
엄정한 절차를 거쳐 선정한 8개 SW중심대학이 출범식을 앞두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선정된 대학들은 모두 대학 차원의 지원을 보태기로 했다. 약속대로 정부 지원도 연간 최고 20억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 지원된 사업비가 대학별 다양한 환경에 맞춰 잘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 발휘도 필요할 것이다. 내년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많은 대학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예산 확보도 요구된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선정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이나, 제안을 다음으로 미룬 대학들이 SW중심 대학사업이 지향하는 SW교육 혁신 방향에 공감하고 선정을 통한 지원과 상관없이 이미 대학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shlee0813@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