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 차원에서 진행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 효과가 전자·가전 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진폭이 적고 고가 상품이 주를 이루는 전자·가전 분야는 코리아 블프 성과에서 비켜갈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운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사·혼수철에 코리아 블프 효과가 맞물리면서 주요 가전 유통 채널 판매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20%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전자·LG전자 등도 행사 기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났다고 밝혔다. 상반기 메르스 여파에 따른 매출 감소분을 만회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업계는 수년간 정체됐던 내수 가전시장에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며 행사 정례화를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당초 가전 업계는 코리아 블프 행사에 미온적이었다. 준비기간도 부족했고, 국내 유통구조상 미국 블프와 같은 파격적 할인 판매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부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시늉’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과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돌아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코리아 블프는 유통점 재고떨이 상품이 싼값에 쏟아지는 미국 블프와 판매되는 상품 유통 구조가 달라 미국처럼 파격적 90% 할인 등 이벤트는 제한적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과 행사 지명도 제고로써 판매 볼륨을 키우면 기업도 더 많은 이벤트와 할인율 적용이 가능한 규모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세계 1등 브랜드 기업이 즐비한 우리 블프도 세계가 주목하는 전자·가전·IT 판매의 장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한국형 블프는 올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