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부활한 팬택, 워크아웃부터 인수까지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팬택 인수에 성공했다. 팬택은 지난해 3월 2차 워크아웃 시작 때부터 1년 반 이상 갇혀 있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 벤처 신화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팬택이 경쟁력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원가경쟁력 부족 상황에서도 하이엔드 제품 위주 전략을 고수해서다.

[이슈분석]부활한 팬택, 워크아웃부터 인수까지

팬택에는 4000여건 특허와 20년 이상 축적한 무선통신 기술이 남아 있다. 시장에서 중저가폰 인기가 높아지고 사물인터넷(IoT)이 개화기에 접어든다는 점도 팬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스마트폰 사업 유지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팬택 직원 열정이 팬택 부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1년 반 긴 터널 벗어나다

2007년 시작된 1차 워크아웃을 4년 만에 졸업한 팬택은 지난해 3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13년 하반기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경쟁하면서 마케팅 비용, 영업력 등에서 한계를 보였다.

2차 워크아웃 시작 5개월 후엔 상거래채권 700억여원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비교적 자율적인 기업 정상화 절차지만 회생절차는 법원관리 하에 강도 높은 회생 과정을 거친다. 인수합병(M&A)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팬택 협력사는 협의회를 구성하고 팬택 살리기에 나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정부와 이통사에 팬택 지원을 촉구했다. 이동통신 3사는 팬택 채무상환을 2년간 유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법원은 1차 매각 공고를 냈지만 마감 시일인 11월 21일까지 입찰에 응하는 곳이 없어 유찰됐다.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실제 이름을 올린 곳은 없었다.

공개 입찰을 일대일 협상으로 전환하고 직접 투자자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지난 2월 정체가 모호한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 컨소시엄이 인수 의향을 밝혔다가 인수대금을 3주 가까이 미루면서 무산됐다. 이후 또 한 번 공개입찰에서 세 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불발로 그쳤다.

5월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며 파산 직전에 몰렸던 팬택은 옵티스 컨소시엄이 나타나며 마침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됐다.

◇뉴 팬택에 맞는 새로운 전략 필요

지난 3월 말 기준 팬택 등록 특허는 국내 2670개, 해외 888개 등 3558개다. 출원된 특허는 1만개가 넘으며 등록 표준특허는 116개다. 이외에 등록·출원한 디자인과 상표가 2000여개에 이른다.

팬택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세계 최초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 국내 최초 사진 전송 폴더폰 ‘IM-3100’과 슬라이딩폰 ‘IM 5100’, 세계 최초 지문인식폰 ‘CI100’, 바람인식 기능을 갖춘 휴대폰 ‘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와 세계 최초 모션 센서 LTE 스마트폰 ‘베가 LTE’도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 확대는 팬택에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2012년 하반기부터 경영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경쟁사와 싸움에서 고전했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수직계열화를 갖춘 대기업보다 원가경쟁력이 떨어졌다. 제품 차별화도 어려워졌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하다 보니 영업과 마케팅에서도 한계에 직면했다. 팬택은 이런 상황에서도 고가 프리미엄폰 위주 사업전략을 고수했다. 중저가폰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2012년을 전후로 고가 위주 사업전략을 중저가폰 중심으로 전환했어야 한다”며 “큰 기업과 싸우기엔 ‘맷집’이 부족했고 새로운 전략 수립이 늦었던 것도 위기를 불러온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저가폰 경쟁력 남아 있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폰, IoT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팬택은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옵티스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사인 ‘텔콤인도네시아’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2G에서 LTE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쏠리드 통신장비가 스마트폰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의 20~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수입을 대체할 자국 산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스마트폰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합작법인에서 현지에 필요한 기능과 가격대 제품을 생산하도록 팬택이 기술적인 기여를 하는 게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중저가폰 시장에서 승부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도 최근 중저가폰 바람이 불고 있다. 팬택에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기술력이 남아 있다.

지난해 말 팬택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베가아이언2 출고가를 78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파격 인하하고 베가 팝업노트 출고가를 35만원대로 책정해 출시하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가격만 맞는다면 고객은 언제든 팬택 제품을 선택할 여지가 남아 있다. 현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팬택에 맞는 시장 입지를 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