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외계인과 접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계인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라는 말을 어느 교양과학 서적에서 읽고 ‘그럴듯 한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후 남몰래 하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곤 했다. ‘외계인을 만나게 해주세요.’ 물론 아직까지 교신하지 못했다.
네팔 청년이 화성에서 물을 발견하고 영화 ‘마션’까지 개봉하면서 어느 때보다 외계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가까운 어느 날 화성에서 ‘마션(Martian·화성인)’이 발견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인류의 영원한 호기심 가운데 하나인 우주와 외계인을 다룬 영화에서 오랫동안 수작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콘택트(Contact)’가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마지막 앨범을 발표한 지도 1년이나 지난 1997년 11월 개봉한 이 영화는 주인공 엘리 역을 맡은 조디 포스터의 풋풋한 연기와 함께 ‘우주를 가장 아름답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일찍 부모를 여읜 엘리는 수학과 과학에 열정적으로 매달린 끝에 촉망받는 수재 과학도가 된다. 어려서부터 아마추어 무선에 관심이 많던 그는 위성을 통해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데 몰두한다. 지적 생명체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수신하게 되고, 이윽고 암호를 해독하기에 이른다. 그 메시지는 은하계를 왕래할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였는데….
나머지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광활하고 신비한 우주에 비하면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들이 벌이는 고리타분한 불신과 싸움이 이어진다. 그보다는 영화에서 나온 엘리의 주옥같은 명대사를 음미해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 거대한 우주에 지적인 존재가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되겠지.”
“(우주를 바라보며)너무 아름다워…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 왔어야 했어.”
우주는 나사(screw) 하나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는 극한의 공간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스페이스 아더티(Space Oditty)’에서 우주조종사 톰 소령이 교신이 끊긴 후 우주 미아가 되는 것처럼, 차라리 우주는 낭만보다는 차가운 이성의 세계라고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가을 노벨상 철만 오면 늘 되뇌는 것처럼, 인간의 근원적 욕구인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이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우주에 가고 외계인을 찾기 위해 수학과 과학을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주를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시인의 마음을 갖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