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언의 '프로이트 레시피'] 자극이 지나치면 신맛으로 변한다

[정도언의 '프로이트 레시피'] 자극이 지나치면 신맛으로 변한다

와인이 오래되면 식초가 된다. 와인을 오랫동안 제대로 보관하려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맛이 지켜질 수도, 변할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잘 유지하려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생각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는 순간 상큼했던 관계가 시큼해질 수 있다.

내가 상대에게 양보하고 희생한다는 생각보다 상대가 내 요구를 들어줘야만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도 사랑의 본질은 욕구 충족과 물질적 풍요로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이 그러하니 상대가 내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 사랑이 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상대에게 더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현하고 욕구를 충족시켜 달라고 조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아주 묘해서 그럴수록 상대는 내게서 더 멀어지게 된다. 비록 말로 표현은 안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정하게 대하고 싶었던 상대가 지적과 비난을 받게 되면 멈칫하며 딴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하는 것과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맛과 향을 잃지 않으려면 때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정도언]

-정신과 전문의, 수면의학 전문의.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가(교육 및 지도 분석가).

-국제정신분석학회 산하 한국정신분석연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는 `프로이트 레시피(웅진리빙하우스, 2015.04)`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