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치킨집 수가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보다 많다는 기사를 접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해당 업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치킨집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지만 폐업률도 높아 다섯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치킨집 흥망을 보면 국내 벤처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볼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 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 8월 기준 3만425개를 기록했다. 최근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Mobile Only)’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관련 벤처기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문제는 생존확률이다. 국내 창업기업 3년 후 생존율은 2013년 기준 4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다. 창업 후 3~7년이 지나면 벤처기업 생존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빗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다.
벤처 기업이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2014년 무선인터넷 산업현황 실태 조사 보고서’는 △내수시장 수요 한계(29.5%) △유통 구조적 문제(20.9%) △인력부족 (19.5%) 등을 산업 발전 저해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글로벌 진출, 인재 확보를 위한 자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격적 아이디어나 법·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관의 다양한 시도에 주목해야 한다.
음식 배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4년 만에 200명을 넘는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라인’과 합작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면서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은 지난 5월 카카오에 626억원에 인수되며 성공적 엑시트(EXIT)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정부도 나섰다. 고정금리를 내리고 이익연동금리를 높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 창업 초기에 저렴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장동력을 잃고 방황하는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접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해 자금 물꼬를 터주기로 했다.
CJ E&M은 지난달 중소 모바일 사업자 제휴 프로그램 ‘MEBA(Mobile Excellence Business Alliance)를 시작하고 라이프스타일 분야 중소기업을 모집했다. 마케팅, 기술, 광고영업 등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중소 사업자를 지원해 동반성장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 단계사업자에게는 효율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안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자에게는 비즈니스 규모 확대를 목표로 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번 MEBA에는 140개를 웃도는 기업이 지원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부끄럽지만 CJ E&M은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 산업에 최고 경영진의 뚝심 있는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CJ E&M은 KCON과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로 중소기업이 미국, 홍콩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했다. MEBA에서는 역량 있는 중소기업 탄생과 성장을 도와 선순환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할 계획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중소기업과 동행해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들이 성장해 또 다른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상생 생태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수경 CJ E&M 미디어솔루션부문 상무 meta@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