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엄마`가 소개하는 헬로키티의 디지털 시대 성공 비결

하얗고 둥근 얼굴에 눈에 띄는 빨간 리본, 입은 없지만 당장이라도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것 같은 신비한 소녀. 오는 11월 1일 탄생 41주년을 맞는 ‘헬로키티(본명 키티 화이트)’다.

헬로키티가 240엔짜리 동전지갑에 그려질 때는 이름조차 없었다. 지금은 연간 1조원을 벌어들이는 자산 가치 20조원(업계 추정)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캐릭터’다. 2000년대 초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가 원작사 일본 산리오에 키티 디지털 판권을 6000억엔에 사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 디자이너 <사진=SANRIO>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 디자이너 <사진=SANRIO>
`키티엄마`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 디자이너가 전자신문 독자와 한국의 헬로키티팬에게 감사 메시지를 담은 친필 사인과 직접 그린 헬로키티 일러스트를 보내왔다. <제공=SANRIO>
`키티엄마`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 디자이너가 전자신문 독자와 한국의 헬로키티팬에게 감사 메시지를 담은 친필 사인과 직접 그린 헬로키티 일러스트를 보내왔다. <제공=SANRIO>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 디자이너는 전자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키티가 디지털 시대에도 끊임없이 사랑받는 비결을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마구치는 1980년 산리오 입사 2년차 때부터 35년간 헬로키티를 키운 ‘키티엄마’다. 시대 변화에 맞춘 디자인과 캐릭터 전략은 헬로키티가 월드스타로 거듭난 비결이다.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디자인 방침으로 ‘당대 유행하는 색상과 문화상 반영’을 꼽았다. 그는 공개 이성교제가 유행한 1990년대 후반 남자친구 ‘디어 다니엘’(1999년), 반려동물이 증가한 2000년대 초반 애완 고양이 ‘차미키티’(2004년)를 헬로키티에 더하며 지속성을 부여했다.

자신에게도 헬로키티는 “1980~1989년 친구, 1990~1999년 분신, 2000년 이후 비즈니스 파트너”라며 “(헬로키티의 변화는) 35년 전 키티를 좋아했던 아이가 부모가 돼 그 자녀와 함께 키티를 사랑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언제나 세계 헬로키티 팬으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헬로키티는 입 없이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 게 매력으로 꼽힌다. ‘귀여움’과 ‘진정성’이다.

도마쓰 가즈오 산리오 IR·홍보과장은 “디지털 채널 증가는 캐릭터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며 “모바일 메신저, SNS는 캐릭터 사업 새 기회를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리오는 디지털 매출이 상승하자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을 겨냥한 캐릭터·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도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이 라이선스를 받아 정보기술(IT)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SANRIO>
<사진=SANRIO>
<사진=SANRIO>
<사진=SANRIO>

지난해 ‘헬로키티 고양이 논란’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 전시회에서 ‘헬로키티는 고양이’라고 소개되자 산리오가 “런던 남부에서 태어난 소녀”라며 “고양이가 아니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단 한 번도 키티가 고양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키티는 인격을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티엄마로서 꿈도 밝혔다. “키티를 가수와 배우 등으로 키워 세계 여러 캐릭터와 함께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헬로키티의 변화’를 내걸었다. 그는 “일본 캐릭터는 일본인의 사랑을 바탕삼아 세계로 나아갔다”며 “헬로키티를 항상 귀여워해주는 한국 팬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