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기판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TV 등 각종 전자제품이 작동하게 하는 필수 부품이다. 기판에 미세한 선으로 그려진 회로가 여러 부품과 칩 간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최근 전자제품 소형화로 회로를 구성하는 이 선은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 눈으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 수준 손상(크랙)이 제품 수명 단축과 성능 불량으로 이어진다.
미국 피츠버그대와 캘리포니아대 등 공동연구진은 회로 손상 부위를 간단하게 복원할 수 있는 용액을 개발했다. 끊어진 회로를 고치기 위해 나노입자를 포함하는 용액을 회로에 도포만 하면 되는 기술이다.
과산화수소 기반 용액에는 금과 백금 나노입자가 섞여있다. 표면에 뿌려진 용액 속 입자는 스스로 균열을 찾아서 달라붙는 방식으로 끊어진 부분을 연결한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두 표면을 가진 독특한 형태의 ‘야누스 나노입자’를 설계했다. 야누스 나노입자는 0.8~1.6마이크로미터(㎛) 크기로 구형 금 입자에 백금이 절반 정도 코팅된 구조를 이룬다. 다른 절반은 소수성 옥타케칸티올 분자를 코팅했다.
희석한 과산화수소 용액에 입자를 섞으면 백금이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리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되고 나노입자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농도 기울기가 만들어진다. 반응이 반복되면서 입자들은 무작위적 방향으로 움직임을 시작하고 회로가 손상된 균열에 부딪쳐 옥타케칸티올 코팅이 표면에 달라붙는다. 남아 있는 금 나노입자가 틈을 메우면서 회로가 복구되고 다시 전기신호가 흐르는 구조다.
나노입자 복구 능력 입증을 위해 실리콘 표면에 금 전극을 형성해 LED를 연결하고 0.5~2.2㎛ 넓이 다이아몬드로 회로 균열을 만들었다. 용액을 뿌리고 5분 안에 대부분 균열이 입자로 복구되면서 꺼졌던 LED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연구진은 야누스 나노입자가 약물전달 시스템과 환경 개선 분야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회로 기판 손상 회복뿐만 아니라 스크래치가 생긴 표면 등을 다시 복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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