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미래창조과학부장관배 축구대회]패기의 SKT, KT 누르고 2연패···장기집권 노린다

SK텔레콤(SKT)이 ‘2015 미래창조과학부장관배 축구대회’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전통 강호 KT를 누르고 대회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신입사원 중심 젊은 선수를 대거 수혈,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SKT는 내년 대회 3연패를 자신하며 장기집권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안정된 조직력과 막강한 공격진을 앞세운 KT는 지난해 아쉽게 우승컵을 내준 SKT에 설욕을 다짐하며 분전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분루를 삼켰다. 통산 12회 우승이라는 대기록 수립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7일 인천 송도LNG종합스포츠타운에서 국내 15개 방송·통신 사업자가 참여하는 ‘2015 미래창조과학부장관배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SKT는 골키퍼인 김정환 선수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강력한 우승후보 KT를 승부차기(3:0)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SKT-KT, 결승서 재회

올해 대회는 14개 참가팀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졌다. 경기는 전·후반 각 20분씩 진행됐으며 무승부는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렸다. 결승전과 준결승전에서는 전후반 각 5분씩 연장전을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해 우승팀 SKT는 강한 체력에 바탕을 두고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수비 전술을 구사하며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상대팀에게 단 한 골도 허용치 않았다. 측면 공간을 활용한 2대1 패스와 선수 개인기 능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골문으로 정확하게 날아드는 코너킥과 프리킥은 그동안의 연습량을 가늠케 했다.

SKT는 1차전에서 CBS를 2대0으로 가볍게 꺾으며 8강전에서 SK브로드밴드를 맞았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방송공사(KBS)를 승부차기(5대4)로 누르고 2차전에 오르면서 ‘SK 더비’를 성사시켰다.

SKT와 SK브로드밴드는 치열한 허리싸움을 벌이며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쳤다. SKT는 후반 들어 적절한 선수 교체와 전술 변경으로 상대 허를 찔렸다. 최종 스코어는 2대0으로 SKT가 승리했다. SKT는 준결승에서 만난 세종텔레콤을 4대1로 손쉽게 격파하며 결승에 선착했다.

통산 11회 우승에 빛나는 KT는 1·2차전에서 만난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CJ오쇼핑을 각각 5대1과 3대0으로 대파하며 순항했다. 이동통신사 맞수 LG유플러스와 치른 준결승전에서는 상대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다. 지난 14년간 KT에 승리하지 못한 LG유플러스가 1승을 거두려 치열한 육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치 한일전을 방불케하는 열전이었다.

정규 시간을 무득점으로 마친 두 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후반 종료 10초 전, KT는 상대 골대에서 25m 떨어진 지점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모두가 골대 상단을 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창은 선수는 공을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아 찼다. 공은 그대로 골망으로 빨려 들어가며 KT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패기와 관록이 맞붙은 결승전

SKT와 KT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자존심을 건 결승전에 임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SKT와 지난해 패배로 1년간 와신상담한 KT는 경기 시작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황정보 SKT 감독(송수NOC 매니저)은 “올해 신입사원 다섯 명을 영입해 세대교체를 단행, 전력 보강을 추진했다”며 “대진운이 좋아 전력 소진이 없었던 만큼 2연패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차용덕 KT 감독(사업지원팀 차장)은 “KT는 11회 우승에 빛나는 관록의 팀”이라며 “그동안 다진 팀워크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시합 주도권을 쥔 쪽은 KT였다. 준결승 연장전 여파로 상당한 체력이 고갈된 KT였지만 전반 초반 좌우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 헤딩이나 리바운드 볼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전반 10분 이 같은 공격 전술이 적중했다. 우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SKT 수비수 머리를 맞고 뒤쪽으로 굴절됐다.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KT 공격수가 이 공을 받아 트래핑으로 SKT 수비수를 제치고 강한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그대로 그물을 흔들었다. KT 응원단과 선수들은 얼싸안고 환호했다.

SKT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하프라인에서 왼쪽으로 보낸 스루패스를 왼쪽 윙어가 받았다. 이를 낮은 크로스로 골 에어리어에 올렸다. 문전 쇄도하던 SKT 공격수가 이를 가볍게 받아 골로 연결시켰다. KT 선제골이 나온 지 불과 30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골을 넣은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는 축구계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SKT는 만회골을 기록한 후 한층 공격력을 강화하며 역전골을 노렸다. 2대1 패스로 공간을 창출한 것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제치며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가거나 골대를 빗겨나가면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전은 체력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는 선수가 나오면서 양 팀 벤치는 선수 교체에 따른 포메이션·전술 변경에 분주했다.

후반 14분 KT가 좋은 찬스를 잡았다. 미드필더에서 스루패스로 찔러준 공이 전방 공격수에게 연결됐지만 SKT 수비수가 파울로 끊으면서 프리킥을 얻었다. 골문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 KT 선수는 오른발로 감아 차며 골대 상단을 노렸다. 골키퍼 손이 닿지 않는 부분으로 공이 향하면서 골이 예상됐지만 크로스바에 맞고 튕겨 나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SKT는 수비를 강화하는 한편 전방 공격수에게 공을 길게 연결하는 역습 및 세트피스 공격을 감행했다. 후반 24분 SKT도 상대 파울로 프리킥을 얻었지만 KT 수비벽에 맞고 굴절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을 득점 없이 마친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소모된 체력 탓에 서로 수비에 치중하면서 이렇다 할 유효 슈팅 없이 연장 전·후반이 종료됐다. 우승컵 향방은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KT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는 김정환 SKT 골키퍼 선방쇼가 펼쳐졌다. 긴장감이 경기장을 휘감은 가운데 1번 키커로 나선 KT 선수가 골문 오른쪽으로 강하게 슈팅을 날렸다. 김정환 선수는 정확하게 공이 향하는 방향으로 몸을 날려 공을 쳐냈다. 골키퍼 선방으로 부담이 줄어든 SKT 1번 키커는 여유 있게 공을 왼쪽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두 번째 KT 키커는 왼쪽 구석을 노리는 낮은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반면에 SKT는 2번 키커가 골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2대0으로 벌렸다.

KT 3번 키커는 반드시 골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 이번에도 실패하면 SKT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천천히 공을 향해 달려간 KT 키커는 골대 오른쪽 상단을 노리는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김정환 골키퍼는 이를 읽고 있었다. 번개 같이 몸을 날려 양손으로 공을 펀칭했다. SKT 선수들과 응원단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KT 선수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SKT를 축하했다.

황정보 SKT 감독은 “대회 2연패를 달성해 기쁘다”며 “정기 연습과 세대교체 전략을 지속 추진해 내년 대회에서 3연패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대회 MVP(득점왕)- 박치영 SKT 선수, 안창은 KT 선수

올해 대회에서는 공동 득점왕이 탄생했다. 각각 세 골을 기록한 박치영 SKT 선수와 안창은 KT 선수다.

박 선수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2년 연속 우승과 득점왕을 모두 차지하며 단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그는 “올해는 상대팀이 모두 막강해 어려운 경기를 치렀지만 팀원 덕분에 우승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며 “특히 결승전에서 선방해준 골키퍼 김정환 선수에게 고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안창은 선수는 KT에서 전문 키커를 담당하며 매 경기 날카로운 슈팅을 뽐냈다. 특히 세 번째 득점은 LG유플러스 시합을 승리로 장식한 천금같은 프리킥 골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내년 대회에서 반드시 왕좌를 탈환할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안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골은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면서도 “우승을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꼭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