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 대약진에 신병자호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변국 굴기 때마다 환난을 겪어왔던 한반도 역사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우려인지 모른다.
정확히 379년 전 발생한 병자호란을 경영전략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비교적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은 최악의 외부 환경에 처했고 최약체 정권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존의 길이 있었으며 성공 기회까지 존재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어떠한 전략적 선택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분석해 보면 청나라 굴기라는 강력한 외부 위협요인에 허약한 국방력과 적자 재정 그리고 붕당정치로 인한 내부분열과 취약한 정보력 등 내부 약점을 보완할 생존 전략을 구축하지 못했다. ‘먼저 적이 이길 수 없게 만드는’ 전쟁의 기본 전략에 실패한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나의 승리는 적이 하기에 달려 있지만 적이 이길 수 없게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군사 및 무역에서 지정학적 위치와 임진왜란에서 명성을 높인 수군(水軍) 브랜드를 활용해 명·청 간 전쟁이라는 기회요인을 살렸다면 이후 조선은 대청제국의 대약진에 편승해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병자호란은 사회적 합의와 전략적 지혜가 있었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전화위복 기회까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흘러간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내일을 위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전략 없는 전쟁’을 맞이함으로써 한순간에 나라를 잃어버린 실패 경험을 성찰해 보자. 당시 조선은 두 번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첫 번째는 1623년 인조반정 이후 담대한 개혁에 나서지만 모두 실패한다. 대동법, 호패법, 군적법 등 의욕적으로 쏘아올린 ‘세 개의 화살’은 탁상공론과 권력 지키기로 인해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잘못된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요즈음의 폐해가 그 때도 반복된 것이다.
두 번째 골든타임은 1627년 정묘호란 이후 9년간이다. 결과적으로 전쟁과 화친 사이에서 어떠한 전략적 선택도 못했다. “우물쭈물하다간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당시 유일한 전략가 최명길의 촉구가 오늘날에도 우리 귓전을 때린다. 과거를 징계하고(懲) 삼가기(毖) 위해 다음의 실패요인들을 성찰해 보자.
첫째 지배계층의 고정관념과 무전략이다. 숭명(崇明)주의라는 정권 이념이 나라 존망보다 더 중요하고 반정 공신들 처우가 최우선인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와 전략적 지혜 도출은 매우 어렵게 마련이다.
둘째 정보유출과 전략 노출이다. 적의 정황을 알지 못하고 나를 적에게 노출하는 것은 최악의 전쟁법이다. 오늘날에도 중국 기업은 M&A와 인재 스카우트로 우리의 정보와 전략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반면에 정작 우리는 상대에 어두운 편이다.
셋째 개혁 실패와 재정난이다. 인기영합주의 정치로는 개혁에 성공할 수 없으며 적자 재정으로는 국가를 튼튼하게 할 수 없다.
넷째 붕당정치로 인한 내부 분열이다. 이념갈등과 이해관계로 갈라진 분열 상태에서는 국익보다는 붕당 이익이 우선하기 쉽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중국 경제는 구조적 대전환을 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에서 중속 성장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소비시장으로, 자본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중국 신창타이(新常態)는 우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평가되는 IT산업을 필두로 우리 제조업을 초토화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과연 현실이 될 것인가, 아니면 떠오르는 중국 내수시장과 관광·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획득할 것인가.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전략적 지혜란 최악의 조건에서도 성공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묘책을 제공한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