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단말기 전환사업과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이미 EMV(Europay Mastercard Visa)인증을 받은 100만여대 결제단말기 때문이다.
7월부터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으로 EMV인증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제품에 한해 IC단말기 보안인증이 가능하다. 즉, EMV인증 유효기간이 살아있는 제품만 IC 전환 요건이 되고 유효기간이 끝난 제품은 아예 실험기관에서 접수조차 하지 않아 이들 제품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2~3년 전 EMV인증을 받은 100만여대 IC겸용 결제단말기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통상 EMV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다.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유통된 지 3년이 다가오는 결제단말기는 IC전환사업 관련 인증기관 시험에서 제외되며 수천만원을 들여 또다시 EMV인증을 받아야 IC인증 실험기관에 제품 심의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주어진다.
밴(VAN)업계는 멀쩡한 결제단말기가 ‘EMV인증 유효기간’ 때문에 사장될 위기라며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MV인증이 IC단말기 보안인증을 받기 위한 또 하나의 의무사항으로 들어간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나온 IC결제단말기 중 100만대 이상은 유효기간이 경과했거나 곧 만료되는 제품”이라며 “정부가 기존 생산 모델에 한해 EMV 유효기간에 상관없이 보안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유예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MV인증이 IC보안인증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인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1억원 이상 비용이 드는 EMV인증은 보안과 관련된 인증으로 볼 수 없고 결제 프로세싱과 관련한 인증으로 보는 게 맞다”며 “시장에 보급돼 있는 단말기는 물론이고 이미 양산돼 재고로 쌓여 있는 제품을 활용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용카드 밴협회는 EMV인증 유효기간이 지난 결제단말기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취합해 금융당국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밴협회 관계자는 “모듈 업그레이드 등으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제품을 현실과 동떨어진 보안요건 때문에 폐기처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존 생산모델은 EMV 유효기간에 상관없이 보안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단말기 교체 없이 모듈 업그레이드로 인증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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