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스포츠계 뼈를 깎는 자성 나서라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5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e스포츠판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e스포츠가 다시 팬들로부터 외면 받게 됐다.

검찰에 적발된 승부조작은 기성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과 비슷하다. 감독과 프로게이머가 대가를 받고 일부러 경기에 져주는 방식으로 승패를 조작했다. 전·현직 프로게이머 등 12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그동안 승부에 웃고 울던 팬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때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뜨거웠던 e스포츠는 5년 전 승부조작 사건이 발각되면서 급격히 냉각됐다. 실망한 팬들이 떠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몇몇 게임이 다시 인기를 모으면서 e스포츠는 옛 영광을 되찾고 있던 터다. 서울 상암동에 e스포츠 전용구장까지 만들어지고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을 채택하는 논의까지 시작됐다. 하필 제2 전성기를 앞두고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e스포츠계에선 ‘다 된 밥에 코 빠뜨렸다’는 자조 섞인 원망도 나온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이를 감안해 곧바로 연루자 영구제명과 영구자격정지라는 초강경 징계조치를 발표했다.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업무방해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e스포츠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조기에 차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교육했더라면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는 스포츠맨십이 사라지면 팬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가뜩이나 게임에 부정적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보다 더 깨끗한 스포츠맨십으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다시 발각된 승부조작에 e스포츠를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불법도박으로 여길 것으로 우려된다. 협회뿐만 아니라 e스포츠 종사자들이 뼈를 깎는 자성과 환골탈태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다시 재현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