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미국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 등과 함께 뉴질랜드 가상현실(VR) 콘텐츠 스타트업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안정적 VR 기술 및 콘텐츠 확보로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사운드벤처스·프리랜드그룹·돌비패밀리벤처 등 대형 투자사와 공동으로 뉴질랜드 스타트업 ‘8i’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운드벤처스는 애슈턴 커처가 지난 3월 결성한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다. 글로벌 다큐멘터리채널 디스커버리의 앤드루 핸드릭도 삼성, 커처와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8i가 보유한 3차원(3D) VR 영상 제작·감상·공유 플랫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TV, 극장에서 경험했던 기존 이질적 이미지 대신 실제처럼 느껴지는 매끄러운 영상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 설립과 육성에 경험이 많은 링크 개스킹 대표를 비롯해 유튜브, 페이팔,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드림웍스 출신 직원 27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 8i 투자는 지속적 VR 사업 확대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2010년 3DTV를 출시하고 관련 콘텐츠 투자에 나서며 3D 산업 확대를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VR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어VR’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3D와 VR 콘텐츠 부족, 소비자 이질감을 지적 받으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3DTV는 방송시장 침체와 생태계 미비 탓에 부속기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 9월에는 KT가 모바일 IPTV ‘올레TV모바일’ 기어VR용 애플리케이션(앱) 공급을 중단하며 VR 콘텐츠 확산은 지지부진하다.
삼성은 이 같은 상황에도 VR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글로벌 투자자와 함께 지난달 캐나다 스타트업 ‘버블’에 460만달러를 투자했다. 회사는 360도 영상 촬영 카메라 ‘버블캠’을 개발한 기업으로 VR HMD 콘텐츠 제작에 걸맞다는 평가다. 6월에는 일본 VR기기 기업 ‘포브’에도 투자해 관련 제품 출시가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VR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높은 관심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2013~2014년 방한 때 만나 페이스북 VR기기 계열사 ‘오큘러스’와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는 삼성 VR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대표(사장)가 연이어 배석했다.
관련 시장전망도 좋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세계 VR 시장규모가 2012년 1380억달러, 2020년 3910억달러에서 2030년 1조4367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MS 엑스박스가 VR HMD 게임 콘텐츠를 선보이고 구글 유튜브도 HMD 영상을 서비스하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