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상현실(VR) 기술을 응용한 심리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 고소공포증과 대인기피증 등 ‘사회공포증’ 치료를 진행했다. VR가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교육, 산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독일,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유럽과 중동 7개국에서 ‘공포를 줄이자(Be Fearless)’ 시험을 4주 동안 진행했다. 이들 국가에서 사회공포증 환자를 모집, 삼성전자 VR HMD ‘기어VR’를 지급해 가상 공포 환경과 맞부딪치도록 했다. 참가 신청에는 7500여명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사회공포증 유발 상황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했다. 대인기피증에는 학교 내 토론, 팀 회의 참여와 같은 가상 인터뷰 환경을 꾸몄다. 그 이후 4단계로 청중을 늘려 마지막에는 대형 무대에서 수천명을 앞에 두고 자유롭게 말하도록 했다.
고소공포증 극복 시험도 진행됐다. 높은 절벽에 매달린 유리 엘리베이터 탑승, 헬기에서 활강, 초고층빌딩 옥상 산책 등을 VR로 경험하도록 했다. 360도 콘텐츠 장점을 살려 참가자가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두 시험은 스마트워치 ‘기어S’와 연계해 상황에 따른 참가자 심장박동 수 등 건강 상태를 실시간 측정,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시험 결과 대인기피증 치료에서는 참가자 88.1%가 불안감을 평균 18.7% 줄였다. 고소공포증에서도 2주 만에 참가자 87.5%가 평균 23.6% 불안감을 덜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도 VR를 이용한 연구로 환자 82명에게 평균 90% 이상 성공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콩 여행 중에 케이블카에서 공황장애로 발작을 겪은 한 참가자는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을 공중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한 두바이 패션 사업가는 타인과 업무에 필요한 대화를 원활히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론칭 피플(launching peopl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을 통한 사회공헌’을 내걸고 사회 곳곳에서 겪는 어려움을 삼성전자 정보기술(IT)로 해결한다.
모바일 기술로 자폐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을 개선한 ‘룩앳미’, 디지털 사이니지로 아르헨티나 교통사고를 줄여 줄 ‘세이프티 트럭’ 등이 2014년과 2015년의 성과다. VR를 이용한 공포극복 캠페인은 2016년 첫 이벤트다.
삼성전자가 VR 의료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VR 용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교육, 재해예방에 VR 응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윤모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VR는 고소공포증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높이를 점차 상승시키는 가상 환경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고 VR 의료 활용성을 강조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