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V인증을 획득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IC결제단말기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IC카드 단말기 전환 작업도 벽에 부딪힐 공산이 커졌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대형 매장을 비롯한 가맹점들은 IC카드 단말기로 전환해야 한다.
여전법은 보안상 이유를 들어 EMV인증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은 IC단말기 교체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들 유효기간이 EMV 인증 제품은 100만대를 웃돈다. 이들이 IC전환 사업에 포함되려면 또다시 최소 수천만원을 들여 EMV인증을 새롭게 받아야 자격이 주어진다. 영세사업자인 밴(VAN)업계는 멀쩡한 단말기가 사장될 위기라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IC결제단말기 가운데 100만대 이상은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곧 만료되는 제품이다. 수천만원을 들여 EMV인증을 다시 받을 밴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장에 보급된 단말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양산돼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재고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IC단말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보안이 우수한 IC카드는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반대일 때는 개인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돼 소비자 피해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신용카드 밴협회는 EMV인증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모듈 업그레이드로 사용 가능한 제품인지를 추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보안요건 때문에 폐기처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1200만건의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경험했다. 카드사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머리 숙여 사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왔다. 금융당국과 협회, 해당 사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내세우기보다는 고객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말기 교체비용을 논하기에 앞서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