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건 승부조작...KeSPA 위기관리 역량 도마

1999년 만들어져 올해 16년째를 맞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2010년 이후 국내 e스포츠에서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과 논란이 모두 4건에 이른다.

5년간 4건 승부조작...KeSPA 위기관리 역량 도마

협회가 ‘무관용’ ‘강경대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e스포츠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처음 거론된 것은 2010년이다. 마재윤, 진영수 등 인기 선수들이 연관된 당시 승부조작은 총 11명 가담자 중 9명이 현역 프로게이머로 밝혀지며 충격을 안겼다. 불법베팅사이트 관계자가 프로선수에게 접근해 승부조작을 지휘했다.

2013년에는 ‘리그오브레전드(LOL)’ 아마추어 리그에서 이른바 ‘대리 게임’ 논란이 일었다. 리그에 참여한 선수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플레이를 한다는 의혹이었다.

2014년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을 폭로하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수가 소속팀 감독 승부조작 지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밝히고 자살을 기도 한 것이다.

2건의 LOL 사태를 일으킨 해당 팀과 리그는 엄밀히 따지면 KeSPA 관할은 아니다. 하지만 KeSPA는 대리 논쟁을 계기로 ‘LoL 부정행위자에 대한 e스포츠 제재 규정’을 새로 발표했다. 투신 사건 당시 전병헌 KeSPA 회장은 “e스포츠 공적기관으로서 가진 책임과 의무가 있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KeSPA는 2010년 이후 승부조작 등 부정게임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강경대응을 외쳤다. 2013년부터 자체적으로 부정방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연 2회 이루어지는 소양교육에 부정방지 교육을 포함해 실시하고, 비정기적으로 프로팀을 방문해 ‘불법베팅 관련 시 민·형사상 조치를 감수한다’는 서약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올해 조직폭력배와 감독, 선수가 동시에 연루된 승부조작 사태가 일어나며 교육 효과에 오점을 남겼다.

과거 KePSA 교육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대개는 2010년 승부조작과 관련된 처벌에 대한 브리핑 위주”라며 “개인 양심에 의존하는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KeSPA에 따르면 관련 교육은 협회 직원, 전직 감독, 경기위원 등이 담당한다.

사태 해결 과정에서 서로 협력해야 할 개인방송국, 게임사 등 외부 주체와 상의 없는 통보 식 자정결의도 구설수에 올랐다.

KeSPA는 20일 이번 승부조작 사태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며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불법도박과 승부조작 관련자 개인방송 송출을 중단해 달라”며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면 안 된다”고 요청했다. 향후 종목 IP권자인 게임개발사와 공조해 승부조작 관련자 개인방송 송출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표는 성급할 뿐더러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eSPA는 “그동안 비공개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언급된 업체들은 “따로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TV는 이미 e스포츠 승부조작 가담자의 자사 리그 출전 등을 제한하고 있다.

KeSPA는 지난 2007년 스타크래프트 중계권을 개발사 블리자드 동의 없이 판매하려다 마찰을 빚었다.

한경주 법무법인 우방 변호사는 “이미 사법 처벌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인방송까지 막으라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칫 또 다른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협회가 관리하는 선수와 감독이 연관된 대형 부정 스캔들만 5년 새 2번인데 다른 종목이라면 협회가 1차적인 책임을 지고 경영진 사퇴 선언과 동시에 대국민사과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수사기관 공조 강화는 기본이고, 소양교육 등을 외주, 전문화 해 관리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