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서 또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생활고 혹은 협박 등 뒷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모처럼 달아오른 e스포츠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는 ‘e스포츠 문화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e스포츠 문화를 열심히 만들던 사람은 뒷맛이 쓰겠지만 협회를 비롯해 프로팀 운영사 그리고 선수의 처절한 자기비판이 필요하다.
2015년 한 해 게임업계를 빛낸 게임을 뽑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접수가 마감됐다. 후보 명단에 당연히 올라야 할 몇몇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부진한 흥행성적 탓에 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몇 년 전 게임대상을 수상하고 기세를 몰아 창업까지 한 게임사 대표는 “대상 수상 가능성이 없어 출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상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오만함이다. 여러모로 올해 게임대상은 시작하기도 전에 김이 빠져버렸다.
게임의 본질은 즐거움이다. 일반인은 프로게이머 손놀림과 전략을 보고 쾌감을 느낀다. e스포츠는 여러 상황과 볼거리가 어우러져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축제다.
게임대상은 경쟁의 의미만큼, 서로 한 해 성과를 공유하고 축하해주는 뜻이 크다. 이어지는 지스타에서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새로운 협력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게임대상 최고 훈격이 대통령상인 것은 이러한 의미를 담았다. 나라가 나서 격려할 테니 마음껏 즐기라는 취지다.
올 한 해 한국 게임산업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논의에 사회가 게임에 보내는 부정적 시선, 국가 규제가 빠짐없이 등장해 몰매를 맞는다. 맞서 싸우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외부 요인을 탓하기 전에 게임인은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발만 물러나 보면 사회 통념에 미달하거나, 파편화되고 이기적인 지점이 곧잘 눈에 띈다.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안타깝다. 축제를 망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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