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크리에이터 ‘씬님’이 유튜브에서 화려한 손놀림으로 겨울왕국의 엘사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튜브에서 화장법을 소개하는 씬님의 비디오는 조회자가 80만명에 이른다. 씬님, 양띵, 대도서관 등은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1인 크리에이터로서 연수입이 수억원이다. 쉽게 말해서 포털 조회 수가 많으면 상응하는 광고료 수입이 많아지듯이 1인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온라인방송 시청자(조회 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광고 노출 횟수가 늘어나 광고수익이 올라가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미국에서는 연수익 100억원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프로그램 기획, 저작권, 방송환경, 광고스폰서 등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트 격인 MCN(Multi-Channel Network)사업이 급속히 산업화돼 왔다. 2014년 디즈니는 1조원을 투자해 주요 MCN 사업자 중 하나인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하고, 드림웍스는 코미디나 음악, 리얼리티 콘텐츠 중심의 어섬니스TV를 400억여원에 인수하는 등 대기업 투자가 부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더욱 급성장하리라 믿는 이유는 주요 이용자 콘텐츠 소비 형태가 모바일 네트워크 연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스마트폰 등으로 수신하거나 생산하고 기꺼이 수신한 콘텐츠를 분류, 재분배해준다.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 활동, SNS로 신속한 정보 공유를 생활 일부로 여기는 세대(이른바 C세대)가 소비자 주류를 차지하고, 시간이 가면서 그 비율은 점점 커져 갈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MCN 시장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국내 MCN 사업자로 CJ E&M의 다이아TV, 트레저 헌터(Treasure Hunter),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프리카TV 등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KBS, MBC 등 지상파에서도 예띠TV,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이름으로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MCN 사업이 급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마당을 이미 갖추고 있다. K팝, 싸이, 드라마를 포함한 영화 콘텐츠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을 일으켜 온 뛰어난 ‘끼’를 갖고 있는 우리다. 그동안 기존 방송시장에 신규 인력 진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데 비해 1인 크리에이터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콘텐츠를 마음껏 제작, 송출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국내 MCN 사업자 등장은 크리에이터 한류 붐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라 하겠다.
여기서 정부 마중물이 필요하다. 우선 초기에 성공이 불확실하고 경험이 미숙할 때에 크리에이터를 보호하고 인큐베이팅해 줄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더욱이 앞으로는 국내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크리에이터 교육, 저작권 관리, 법률자문, 마케팅, 더빙, 번역 등을 지원하는 종합센터 설립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창의 콘텐츠크리에이터’ 공모전을 열어 유망주를 발굴,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 50팀을 선발했고 올해도 60팀을 선발했다. 2년간 선발된 팀 중 최종 22개 우수팀에 콘텐츠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시점인 작금에 MCN 사업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낸다는 점에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할 사업이며, 더욱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글로벌 시장 확산에 실기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강철희 한국전파진흥협회 부회장 chkang@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