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통일 당시 지금 북한 상황에 비견되던 독일 드레스덴은 불과 20년 만에 유럽 최대, 세계 5위 반도체 클러스터로 변모했다. 독일 최대 기술대학인 드레스덴 공대를 비롯한 10개 대학과 기초·응용 연구 분야 21개 연구소, 지멘스와 같은 세계 유수 대기업이 첨단 중소기업과 협력하며 지역경제를 굳건히 떠받치고 있다.
드레스덴이 주도(州都)인 독일 작센주는 지난 1990년대 1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던 1인당 GDP가 2012년 기준 6만달러를 넘어서는 고소득 지역으로 발전했다. 기업, 대학, 연구소 각 혁신주체 간 유기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너지와 기술혁신을 창출하고 지역과 국가 성장을 도모하는 ‘클러스터’가 변화 비결로 꼽힌다.
독일 남서쪽에 위치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역시 지역혁신정책 일환으로 클러스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오랜 공업 발전 역사 속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직적 연계와 기업-대학·연구소-기술이전센터 간 긴밀한 산학연 협력, 적극적인 주정부 혁신지원정책 등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지역혁신시스템을 형성했다.
대기업 중심 수직적 네트워크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지만 기술구조 변화 대응을 지체시키고 특정 산업 경기 동향이 지역경제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한계도 있다. 수직적 네트워킹 한계 극복이 바덴-뷔르템베르크 클러스터 정책 핵심 이슈인 이유다.
본격적인 추진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바덴-뷔르템베르크 클러스터 정책은 유럽연합(EU)과 각국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혁신역량이 뛰어난 지역인데다 정책 접근이 강력한 주정부 의지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프랑스 최초 산업직접지로 조성돼 현재 유럽 최대 첨단산업 집적지 중 하나로 발전했다. 2400만㎡에 달하는 첨단산업지구에 정보기술, 생명공학, 에너지, 환경 등 첨단산업 관련기업 1500여개가 입주했으며 근로자 3만1000여명과 연구원 5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단지 조성은 자연과 조화를 고려해 전체 면적 3분의 2는 녹지공간으로 이뤄졌으며 나머지 3분의 1만 개발을 허용한다.
단지 안에는 대규모 연구기관과 초·중등학교, 각종 지원시설과 주택단지 등이 대학·연구소 등과 공존한다. 주거와 교통, 환경, 문화, 여가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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