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기업 조직구조와 경영 마인드로 B2C 들어왔다가 아주 고생을 했어요.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B2B와 B2C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는 것을 뒤늦게 몸으로 깨달은 거죠.”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 2000년대 초반 회사를 설립, 중견 부품업체로 키워낸 한 업체 대표의 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소형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해 완제품 제조업체로 공급하는 부품산업은 대표적 B2B 업종이다. 외부로 화려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제품 품질과 성능 그리고 혁신적인 기능 구현을 책임지는 제조업 뿌리다.
최근 중소·중견 부품업체가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을 내놓는 B2C 사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속속 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부품산업 전방시장이 흔들리면서 발생하는 매출 공백을 만회하고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며 쌓은 기술력과 양산 노하우, 생산설비 등이 강점이다. 필요한 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드론과 사물인터넷, 웨어러블기기, 무선충전, 3D프린팅 등 주목 받는 신규 기술동향과 접목도 가능하다. 고객사 물량 수주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자체 매출처 확보를 노려볼 만하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대부분 업체가 몸통은 여전히 B2B 체질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자재 공급망부터 재고 관리, 제품 기획, 홍보, 유통, 영업 등 B2B에 맞춰진 기존 사업방식을 쉽사리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 한두 명 새로 뽑고 담당자를 교체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B2B와 B2C 기로에 선 부품업체는 선택이 필요하다. 과거 성장 원동력이던 B2B 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지,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B2C 기업 변신에 자원을 쏟아부을지 선택해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성장을 견인하던 스마트폰 산업이 주춤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품 사업하다 남는 자원, 놀고 있는 설비로 B2C 사업을 돌린다는 어중간한 시도로는 실패를 반복할 공산이 크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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