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과장은 왜 안양으로 3일째 출근했나...넥슨 수사대의 섬뜩한 경고

신현종 넥슨 과장이 안양으로 출근한 지 3일째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목표물’에 신 과장 마음은 조급해졌다.

안양 일대 PC방을 뒤지던 신 과장 눈에 심상치 않은 장면이 포착됐다. 신 과장이 동행하던 남성에게 속삭이자, 그들은 곧바로 PC방 손님 뒤로 향했다.

9월, 경찰과 넥슨 관계자들이 게임 내 작업장을 운영한 조직을 검거하는 모습.
9월, 경찰과 넥슨 관계자들이 게임 내 작업장을 운영한 조직을 검거하는 모습.

게임에 열중하던 20대 초반 젊은이 세 명은 키보드에 닿을 수 없는 위치로 멀어졌다. 신 과장은 게임이 정지된 틈을 타 재빨리 게임화면을 캡처했다. 신 과장과 동행한 남성은 “경찰입니다. OOO 맞죠?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라고 말했다.

게임 내에서 무료캐시를 지급해 준다고 이용자를 속여 결제정보를 요구한 후, 해당 결제정보로 20~30만원씩 빼낸 일당이 검거된 순간이었다.

넥슨과 수사기관이 올해 적발한 게임 내 불법 행위는 모두 25건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거 인원도 44명으로 지난해 30명보다 크게 늘었다.

신 과장은 “전사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했다”며 “경찰과 협조도 긴밀해졌다”고 설명했다.

2010년 넥슨에 입사한 신 과장은 불법 프로그램, 작업장, 결제사기 등 게임 속 불법행위 단속 경력만 벌써 6년째다.

경찰과 공조하며 게임 내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베테랑이 됐다. 넥슨에는 이렇게 불법을 단속하는 ‘수사대’가 있다.

게임 내 불법 행위는 불법 프로그램 배포, 사설서버, 거래 사기, 결제취소 사기, 작업장, 개인정보 도용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신 과장은 “가벼운 사안에 초범이라면 재발방지 서약을 받고 합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사설서버나 작업장 운영, 불법프로그램 배포, 결제사기는 실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장처럼 조직폭력배와 관련 있는 사례도 있지만, 명의도용이나 결제사기, 불법프로그램 배포는 어린 학생들이 하는 때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넥슨이 적발한 사례 중 한 20대 초반 불법프로그램 배포자는 집행유예 없는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넥슨에 따르면 게임 내 불법 행위에 가담하는 층은 대개 청소년과 20대다.

신 과장은 “중학교 3학년 때 불법 프로그램 배포로 적발됐다가 성인이 된 후에 또 잡힌 사례도 있다”며 “안타깝지만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빈도 수가 많은 불법 프로그램 배포는 아예 전담 조직을 만들어 대응한다. 넥슨은 2015년부터 ‘불법프로그램대응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불법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는 카페나 블로그 사이트 제보 시 넥슨캐시를 지급(1등 10만 캐시)하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게임 내 대다수인 선의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강재은 넥슨 대외협력팀장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범죄는 죄의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짙다”며 “게임 내에서도 항상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고, 단속되면 엄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넥슨 수사기관 업무 주요 내역>


2015년 넥슨 수사기관 업무 주요 내역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